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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봉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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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현장 속 자원봉사자'를 찾습니다. -8- [홍정매 님] 봉사, 배우고 가꾸는 일

작성자
: 원종운
작성일
: 2024.05.16
조회수
: 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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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 배우고 가꾸는 일

 

<‘재난현장 속 자원봉사자’를 찾습니다> 홍정매 님

                                                                                        


 

 

가장 먼저 달려가는 돌격대

 

부산시 서구는 산과 바다가 접해 있어요. 많이 알려진 송도해수욕장이 부산 서구에 있어요. 태풍이 오면 바로 직격탄을 맞는 지역이에요. 모래가 상가와 도로를 덮쳐 상인들 피해가 커요. 태풍은 항상 바람과 같이 오거든요. 비가 안 오더라도 바람이 많이 불면 지붕이나 옥상 물탱크도 날아갈 수 있어요. 서구는 큰 빌딩이 없어서 바람이 세요. 그러다 보니 도심도 태풍 피해가 심해요. 바람 때문에 재난이 많을 수밖에 없는 지역이에요.

부산 서구는 6.25 전쟁 때 피난민들이 많이 모여든 지역이에요. 산복도로가 많고 고지대 주택가가 많아요. 피난민들이 고지대 산복도로 따라 판잣집을 지어 마을을 이룬 곳이죠. 아직도 어르신들이 많이 살고 계세요. 그 지역은 폭우가 내리면 산사태로 집이 쓸려갈 위험도 있고 옛날 집이 많다 보니 무너질 위험도 커요. 비가 와도, 바람이 불어도 걱정이 많아요.

부산서구자원봉사센터에 재난안전봉사단이 있어요. 만들어진 지 10년이 넘었어요. 이런 재난의 순간마다 재난안전봉사단이 활약해요. 제가 속해 있는 사랑의 봉사단도 재난안전봉사단에 속해 있어요. 태풍이 지나가면 바로 복구 작업을 해야 하거든요. 자원봉사센터에서 비상 연락망으로 자원봉사자들에게 연락합니다. 문자 받는 즉시 제가 속해 있는 봉사단에도 비상 연락망을 돌려요. 전화기를 내려놓고는 바로 장비 챙기고 자원봉사자 조끼를 입고 바로 현장으로 출동합니다. 어떤 때는 공무원보다 더 빨리 도착할 때도 있었어요. 서구자원봉사센터에서 저희를 돌격대라고 부르시더라고요. (웃음)

 


사랑의 봉사단


저는 이 지역에서 횟집을 운영하고 있어요. 장사하다 보니 지역 신협을 오래 이용했어요. 지역 신협 임원이 되었는데, 임원이 되면 신협 내 작은 단체를 만들 수 있어요. 2005년 바르게살기협의회 단체에서 활동했는데 국가 지원받는 단체는 활동에 제한이 있더라고요. 국가 지원받지 않는 단체를 만들고 싶어서 2011년 지인들과 함께 구덕신협 사랑의 봉사단을 창단했어요. 필요한 곳에 손 보탤 수 있는 활동을 하고 싶었어요. 우리 지역 깨끗이 하는 활동부터 하자 해서 환경 정화 활동을 먼저 시작했어요. 그 이후로는 연탄 나눔이나 급식 봉사, 농촌 활동 등 손이 필요한 일이 있다면 어디든 찾아다녔어요.

봉사단을 이끌면서 자원봉사도 교육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배워야 회원을 이끌 수 있겠더라고요. 그러면서 부산 서구자원봉사센터에 자원봉사 교육을 요청한 거죠. 그렇게 연을 맺으면서 서구센터에서 자원봉사자가 필요하다고 연락을 주시면 언제든 뛰어가게 되었어요. 사랑의 봉사단 자원봉사자들 연령층이 5세부터 70대까지 폭이 넓어요. 재난이 날짜를 정해놓고 일어나지 않잖아요. 연령대가 다양하니까 주중에는 고령의 어르신들이 함께 해주고 주말에는 젊은 층이 함께 해줍니다. 직장 다니는 사람은 평일에는 못 나오지만, 주말에는 뛰어나와 줘요. 참 고마워요.

봉사는 그냥 즐거움이에요. 내가 즐거우니까 권하게 돼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주변 사람들이 함께하게 돼요. 주변 지인을 끌고 다니는데, 즐거워야 끌고 다닐 수 있잖아요. 집에 있는 사람, 우울증에 빠져 있는 사람이 있으면 한 번만 나와 보라고 해서 데리고 나가요. 한 번 나오기 힘들어서 그렇지 한 번 나오면 두 번 나오고 세 번 나오더라고요. 처음에는 30명으로 시작했는데 지금은 회비 납입하고 활동하는 회원이 50명 정도고 비회원으로 한 번씩 활동하는 사람까지 합하면 80명이나 돼요.

 

 

곁을 살피는 일

 

20207월 태풍으로 구덕운동장 뒤에 있는 민방위 교육장에서 토사가 흘러 돌무더기가 도로를 막았어요. 그 소식을 듣자마자 봉사단을 끌고 출동했어요. 마을에서 연결된 유일한 도로라 막히면 주민들이 출퇴근을 못 해요. 수해 복구 작업을 하려 해도 그 도로를 통해야 하거든요. 그 돌을 채워줘야 다른 복구 대원들이 진입할 수 있어요. 끙끙거리면서 돌무더기를 치웠어요. 내가 여자지만 현장에서는 앞장서서 해요. 리더쉽이 있는 편인 것 같아요. 사람들 집중시키는 역량이 있다고 이야기해주세요. 남항대교 걷기 대회 같은 대규모 행사를 하면 봉사자들이 많이 몰려요. 마이크 잡고 일사불란하게 자원봉사자들을 배치해요. 달리기도 엄청 빨라서 여기저기 뛰어다녀요. 절 보면 군대 지휘관 같다고 하던데요. (웃음)
활동을 오래 하다 보니 이제는 봉사단 1년 일정이 빼곡해요. 보금자리 방역단, 취약계층 어르신들 점심 급식 봉사는 매월 1회 정기적으로 하고 있고, 환경 캠페인, 정화 활동도 13회 하고 있고 농촌 일손돕기도 매년 나가고 있어요. 전국을 다 다녀요. 농촌 마을에 일손이 부족한 곳이 많아요. 경남 창녕, 남해, 함양까지 마늘 심으러 가요.

최근에 시작한 봉사는 보금자리 방역단이에요. 부산 서구는 노령 인구가 많고 취약계층이 많아요. 특히 피난민들이 사시는 고지대에 빈집이 많아요. 빈집, 오래된 집에 벌레가 많잖아요. 홀로 사시는 어르신들이 많은데 건강하시려면 집 안팎이 깨끗해야 하잖아요. 서구센터에서 보금자리 방역단을 시작한다고 해서 바로 동참했어요. 한 달에 한 번씩 직접 찾아가 낙후된 주택과 골목을 소독하고 있어요. 독거 어르신 댁을 방역하면서 안부를 여쭙고 골목 환경 정화 활동도 해요. 한 집 한 집 방문하면서 이웃에 힘든 분이 있는지 계속 살펴요. 어르신이 계시면 그냥 못 지나치겠어요. 혹시 형편이 어려운 분이 계신다면 주민센터에 연계해서 필요한 자원을 연결하고요. 방역단은 소독, 정화 활동도 중요하지만 어려운 이웃을 살피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만나면 배워요

 

제가 어렸을 때 어렵게 살았어요. 전북에서 태어나 논산에서 자랐어요. 큰오빠가 직업군인이었고, 나이 차이가 많이 났는데 무척 엄했어요. 아직도 기억나는 장면이 있어요. 우리 집 축대가 무너졌었어요. 당시 집에 막냇동생하고 저밖에 없었는데 큰오빠가 저에게 돌을 나르라고 시켰어요. 그때 저는 여덟 살밖에 안 됐었거든요. 큰오빠가 저에게 유독 엄했어요. 그때 생각하니 어린 제가 안쓰러워 눈물이 나네요.

1981년에 결혼하고 부산 서구로 처음 왔어요. 남편은 경남 사람인데, 누나가 부산 서구에 살고 있었어요. 벌써 40년 넘게 이 지역에 살고 있어요. 2005년 봉사단 활동을 시작해서 서구 전 지역에 저희 봉사단 손길 닿은 곳들이 참 많아요. 부산에서 제일 낙후된 곳이 서구였어요. 원도심이 법원이 다 빠져나가고 나니까 허허벌판이었죠. 서구가 내 자식들의 고향이니 여기서 뿌리를 박고 살자는 신념 하에 안 떠난 거죠.
1992년부터 서구 대신동에서 횟집을 운영하고 있어요. 횟감은 삼천포에서 직접 경매해서 가져와요. 한 번 찾아오신 분들은 단골이 되더라고요. 입소문 나서 택배 주문이 많아요. 전에는 아침부터 밤까지 장사했는데 자녀 결혼까지 시켰으니 이제 부부 용돈 벌이만 하면 되잖아요. 오전은 봉사 시간으로 빼놓고 오후에 영업 준비해서 저녁에만 장사해요. 24시간 중 눈 떠 있는 시간 반은 봉사활동 하러 나가요.

우리 남편은 저 봉사하는 거 안 좋아했어요. 도와달라고 하면 인상을 썼어요. “같이 갑시다.”하고 살살 꼬셨죠. 이제는 우리 남편도 봉사 가는 걸 좋아해요. 무슨 일이든 스스로 하고 싶어서 해야 해요. 내가 아니면 안 된다고 생각해야 하죠. 야구 좋아하는 사람들은 아무리 더워도 좋아서 야구장에 찾아가잖아요. 봉사도 그래야 해요. 빠져들어서 할 수 있어야 해요. 그러려면 좋은 사람들이 많아야 해요. 봉사가 사람 만날 수 있는 기회고 서로의 보람이기도 하잖아요. 사람 만나는 게 좋아요. 사람이 재산이에요. 사람을 만나면 배우게 마련이에요. 저는 중학교밖에 못 나왔어요. ABC도 제대로 몰랐는데 봉사하면서 여지껏 못 배웠던 지식을 배워요. 봉사활동 하면서 만난 청소년에게도 많이 배워요. 누구든지 다 배워요. 꼬맹이에게도 배우죠. 사람을 만나니 배움이 되고 사랑이 돼요. 그러고 보니 사랑의 봉사단이름을 잘 지었네요. (웃음)

 

 

지역을 가꾸는 일

 

부산시 서구는 인구 소멸 지역이에요. 자원봉사자도 나이 드신 분들이 많아요. 젊은 층들이 들어와야 자원봉사 활동을 이어갈 텐데 그 점이 항상 걱정입니다. 젊은 층 자원봉사자 유입을 위해 부산시청, 서구청, 부산서구자원봉사센터와 연계해서 여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요. 봉사단에서도 어린이, 청소년과 함께 하는 봉사활동을 만들고 있어요.

이제 봄이잖아요. 계절이 바뀌면서 서구 관내 화단이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날이 해동이 되면서 사람들이 나들이를 나가는데 쓰레기가 많으면 보기 안 좋잖아요. 산이나 화단에 쓰레기가 많으면 나무가 제대로 못 자랄 테고요. 사람들이 아름다운 것을 보길 바라는 마음과 나무가 잘 자라길 바라는 마음으로 쓰레기를 하나씩 줍다가 정기적으로 환경 캠페인을 정기적으로 하게 됐어요. 환경 캠페인에는 손자, 손녀를 꼭 데리고 나가요. 미래의 자원봉사자니까요. 어렸을 때부터 데리고 다녔더니 손자, 손녀들도 거리를 다닐 때 쓰레기가 있는지 주의 깊게 보더라고요. 봉사가 재밌는 활동이라고 느끼게 해주려고 해요. 어렵지 않아요. 눈높이를 맞춰서 놀이처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아이들은 빨리 습득해요. 환경 정화 활동을 할 때는 청소년들에게 많이 오라고 해요. 내가 사는 지역이 어떤지 눈으로 보고 직접 체험하면서 스스로 보람을 느꼈으면 좋겠어요.

 

 

봉사단 창단 초기 나무 심기를 했었어요. 장군산에 큰불이 나서 민둥산이 됐거든요. 그 산에 나무 심는 일이 저희 봉사단 첫 임무였어요. 장비 지원이 없어서 맨손으로 나무를 심었어요. 그때 나무를 같이 심었던 다섯 살 어린이가 지금 대학교 다녀요. 우리가 함께 심은 나무가 많이 자랐어요. 장군산 단풍이 얼마나 예쁜지 몰라요. 근처를 지나갈 때마다 그때를 생각하죠. 서구에 더 애정을 갖게 돼요. 가을 되면 다른 곳에 단풍놀이 갈 필요 없어요. 우리 지역에 함께 가꾼 아름다운 산이 있잖아요. (웃음)

 

 

주관 - 4·16재단 / 후원 - 사회복지공동모금회 / 글 - 홍세미 (인권기록센터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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