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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봉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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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현장 속 자원봉사자'를 찾습니다. -6- [이상민 님] 재난은 찰나에 벌어질 수 있습니다

작성자
: 안혁빈
작성일
: 2024.04.08
조회수
: 3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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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은 찰나에 벌어질 수 있습니다

 

<‘재난현장 속 자원봉사자’를 찾습니다> 이상민 님

                                                                                        

 

 

제가 육군 특전사를 나왔습니다. 군에서 스쿠버다이빙, 스카이다이빙, 산악레펠 같은 구조 기술을 배웠어요. 전역 후에 사회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 수 있는 길이 없을까 하던 차에 특전사 봉사단을 알게 되었습니다. 2000년에 전역하고 부산시 사상구 특전사 봉사대 소속으로 2001년부터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습니다. 

 

 

 

지역 재난 현장을 지키고 있습니다

첫 구조 활동은 2002년이었어요. 경남 김해시에서 중국 민항기가 추락한 참사가 있었습니다. 폭우가 내리는 날 무리하게 착륙을 시도하던 항공기가 김해공항 뒷산에 추락했습니다. 탑승자 166명 중에 130명이 사망한 대형 참사였습니다. 당시 소방, 경찰, 군병력 포함 2천여 명이 구조에 나섰습니다. 그 현장에 특전사 봉사단도 함께 했어요. 구조 활동은 위험한 순간들이 많습니다. 건물에 갇혀 있는데 들어갈 곳이 없다면 위에서 줄 타고 안으로 진입해야 하거든요. 특전사 봉사단원들은 위험한 상황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훈련했기 때문에 위험 상황에 투입이 가능합니다. 당시 40여 명 정도가 생존하셨는데 구사일생으로 생존하신 분들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참사는 일어나서는 안 되지만, 만약 발생했다면 조금이라도 빨리 대처를 해야 한 생명이라도 더 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최근에는 수해 현장에서 구조 활동을 했습니다. 2023년 7월 11일 부산에 기습폭우가 쏟아졌어요. 낙동강과 이어지는 학창천에서 갑자기 물이 불어났습니다. 학장천변에는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어요. 불어난 물이 산책로까지 순식간에 넘쳤습니다. 산책하던 시민 한 사람이 실종되었어요. 소방, 경찰, 군, 민간 200여 명이 합동으로 수색작업을 펼쳤습니다. 일렬로 서서 하천 일대를 훑었는데도 실종자를 찾지 못했어요. 학장천은 낙동강으로 이어지거든요. 낙동강, 다대포까지 넓혀서 수색했는데도 불구하고 장기간 찾지 못했습니다. 그날 부산 지역에 폭우가 쏟아질 거라는 예보가 있었어요. 학장천은 상습 침수구역이고 부산 초량지하치도에서 3년 전에 이미 비슷한 사고가 있었어요. 대처할 수 있었는데 못했잖아요. 왜 미연에 방지를 하지 못했을까 정말 안타까웠어요. 자연재해였지만 저는 인재라고 생각해요.

저는 사상소방서 의용소방대 구조지역대에도 속해 있습니다. 낙동강 지역에는 낙동대교, 구포대교, 화명대교가 있어요. 대교에서 한 달에 한 명꼴로 투신을 해요. 낙동강에 사고가 많아서 소방서장 명의로 낙동강 시민수상 구조대가 만들어졌어요. 저희는 사고가 나면 보트 타고 순찰을 하거나 늪 지역은 몇 명이 손을 잡고 훑으면서 수색을 합니다. 필요하면 잠수도 하고요. 잠수는 절대 혼자서 하면 안 됩니다. 2인 1조로 시야가 안 보이는 곳이 있을 수 있으니 수중장비도 챙겨야 하고요. 사상구 특전사 봉사단은 대개 잠수를 할 수 있어요. 현장 상황을 보고 그에 맞게 지원하고 있습니다.

낙동강에서 바다로 흘러가니까 태풍 오면 피해가 클 수밖에 없어요. 위험 요소도 많아요. 쓰레기가 많이 유입이 되기도 하고요. 지자체가 쓰레기를 치울 크레인을 섭외할 수는 있지만 물 속 쓰레기까지 치우기는 어렵거든요. 저희 봉사단이 잠수복 입고 물속에 들어가서 쓰레기 수거를 해요. 물에 뜬 쓰레기도 수거하고 폐그물도 건져내고요. 한쪽으로 모아두면 지자체에서 치우죠. 순찰은 상반기에 한 번 하반기에 한 번 주기적으로 해요. 계속 퇴적이 되면 2차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으니까요. 무조건 예방이 최선입니다.

 

2차 사고는 막아야 합니다

저는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엊그제 걷고 있는데 어느 아파트 굴뚝에 연기가 심하게 나는 거예요. 아파트 대여섯 동이 있는데 한 동에서만 연기가 나더라고요. 한참을 지켜보다가 심상치 않아서 119에 신고했어요. 예전에는 119에 신고하면 현장에 도착한 후에 피해상황을 보고 소방차나 인력을 추가 투입을 했어요. 이러다 보니까 사고 대처가 제대로 안 될 때가 있잖아요. 지금은 신고가 들어오면 모든 가용 인력은 다 출동시켜요. 고층 아파트면 굴절 사다리도 출동해요. 그날도 소방차가 수십 대가 왔어요. 현장을 확인한 후에 전화가 왔더라고요. 화재가 아니라 철수한다고요. 죄송하다고 하니까 죄송할 일은 아니라고, 사고는 언제 어떻게 날지는 모르니 한 번 더 점검해서 막는 게 맞다고 해주셔서 감사했어요.

제 주변 사람들은 지나가다가 사고를 보면 저에게 연락해요. 도로 웅덩이에 차가 빠졌다던가 신호등이 안 된다던가 하면 조치를 취해 달라고요.(웃음) 그러면 어디로 신고를 하라고 알려주죠. 제가 입버릇처럼 말하는 게 “2차 사고는 막아야 한다.”라서 제 주변 사람들도 영향을 받았나 봅니다.(웃음)

화재가 나면 건물에 물을 뿌리잖아요. 건물도 물을 먹고 지대도 물을 먹어요. 그러다 보면 갑자기 건물이 무너지거나 지대가 내려앉는 경우가 있어요. 그런 상황이 생기면 소방관이 함께 매몰되기도 합니다. 그런 2차 사고가 발생하면 안 돼요. 재해는 예방하는 게 제일 좋고 일단 벌어지면 모든 자원을 총동원해서 빨리 조치를 내려야 해요. 무조건 피해를 줄여야 합니다.

저는 주변을 살피는 습관이 있어요. 길을 가다가 도로가 파여 있다거나 하면 위험하다는 판단이 들어서 관할 지자체에 바로 신고합니다. 그래도 며칠 동안 그대로인 경우가 있어요. 그러면 다시 연락을 해서 조치를 당부드립니다. 지나가다가 교통사고 현장을 목격하면 제 차로 가로막아서 뒤차에 위험을 알려주고 경찰에 인계하는 일은 할 수 있다면 늘 하는 일이죠. 사소한 일이라도 2차, 3차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요. 빨리 대응하면 다음 사고는 충분히 막을 수 있습니다.

 

따뜻한 말 한 마디면 충분합니다

제가 지역에서 봉사활동을 많이 하다 보니 여러 봉사단체에 속해 있어요. 제가 시내버스 운전기사인데요. 10년 무사고 운전자라 모범운전자로 추천이 되었어요. 모범운전자 모임에서 하는 교통안전 캠페인을 매달 정기적으로 하고 있어요. 사상구에 생태공원이 있는데요. 야간에 운동하시는 분들도 많아요. 외지고 갈대가 엄청 많아서 예전부터 사건사고가 많았어요. 경찰서 자율방범단 소속으로 저녁 7시 반부터 3시간 동안 야간 순찰 봉사를 한 달에 두세 번 하고 있어요. 법무부 법사랑위원회 소속으로 청소년 선도 활동도 하고 있어요. 특전사 봉사단, 의용소방대, 자율방범대, 청소년선도위원, 모범운전자회, 친절운전자회, 뭐가 많네요.(웃음) 제가 도움이 될 수 있으면 작은 거라도 다 하려고 해요. 언제 쉬냐고요? 잘 때 쉬는 거죠.(웃음) 그래도 생업 때문에 요새는 자주 출동하진 못해요. 주야로 일을 하다 보니 주로 주말에 활동하고 있습니다. 어느덧 부산 사상구자원봉사센터에 제 봉사 시간이 4,000시간이나 쌓였더라고요.

재난현장에 자주 출동하다 보니 바뀌었으면 하는 것들이 있어요. 자원봉사센터에서도 자원봉사자를 위한 지원들을 많이 해주시고 계시지만 자원봉사자들을 위한 지원들이 더 필요한 것이 사실이거든요. 재난 현장에서 봉사자들을 보면 어려운 환경이더라도 봉사활동 하러 왔으니까 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환경이 열악하면 봉사자도 빨리 지칠 수밖에 없어요. 현장에서 봉사자들이 쉴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면 좋을 것 같아요. 재난이 발생하면 빨래차나 밥차는 바로 투입이 가능한데 봉사자들을 위한 공간은 제대로 마련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이건 봉사자뿐만 아니라 소방대원도 마찬가지인 것 같더라고요. 경기도에는 ‘회복버스’가 있대요. 소방관들이나 자원봉사자들이 교대로 쉴 수 있는 공간이라고 들었습니다. 전국적으로 확대되면 좋겠어요.

TV에 소방관들이 재난현장에서 구조 활동하다 까만 얼굴 그대로 구석에 쭈구리고 앉아 컵라면 먹는 장면이 나오잖아요. 구조 인력이 쉴 수 있는 공간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아 그런 거잖아요. 일단 허기를 달래야 하니까요. 그 장면을 보고 일 안 하고 먹으러 왔냐고 비난하는 사람도 있더라고요. 사람들은 현장을 모르고 그 장면만 보고 비난을 하니 안타까웠어요. 현장에서 활동하시는 분들에게 힘이 나는 말씀을 해줬으면 좋겠어요. 시민들을 위해서 노력하는구나를 알아주셨으면 감사할 것 같아요. 현장에서 일하는 소방관이나 경찰, 봉사자들은 “힘내세요.”라는 따뜻한 말 한마디에 기운이 불끈 솟습니다.

 

자랑스러운 아빠가 되고 싶어요

지역사회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 싶은 마음이 늘 있어요. 시내버스 기사로서 시민 분들에게 작은 즐거움을 드리고 싶어서 매년 산타버스를 운영하고 있는데요. 12월 1일부터 25일까지 버스에 크리스마스 장식을 하고 산타복장을 하고 운전대를 잡아요. 제 버스를 타는 시민 분들이 그 순간만은 작은 행복을 느끼시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승객들한테 짧은 시간이지만 그 짧은 시간 아이들이 많이 좋아해 줍니다. 코로나 이전에는 연말 분위기라는 게 있었던 것 같아요. 요즘은 어려워져서인지 그런 분위기가 없는 것 같더라고요. 제 버스가 사람들에게 작은 즐거움을 줬으면 좋겠어요.

건강해야지 봉사도 할 수 있으니까 안 다치고 해서 꾸준히 하고 싶어요. 뭐를 이룬다 그런 건 없어요. 6살, 초등학교 3학년, 딸이 둘인데요. 딸에게 자랑스러운 아빠가 되고 싶은 마음은 있습니다. 위험하지 않은 현장에는 함께 나가고 있어요. 아빠 활동을 지켜보면서 자연스럽게 베풀고 나누는 삶을 살기를 바랍니다.

 

주관 - 4·16재단 / 후원 - 사회복지공동모금회 / 글 - 홍세미 (인권기록센터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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