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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봉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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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현장 속 자원봉사자'를 찾습니다. -5- [서하영 님] 재난 현장에서는 소통이 가장 중요합니다

작성자
: 안혁빈
작성일
: 2024.04.08
조회수
: 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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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현장에서는 소통이 가장 중요합니다

 

<‘재난현장 속 자원봉사자’를 찾습니다> 서하영 님

                                                                                        

 

 

17년차 공무원

저는 익산에서 나고 자란 익산시 공무원입니다. 행정직이라 읍면동 행정복지센터, 시청 등에서 다양한 업무를 해왔습니다. 2022년 7월 익산시 자원봉사계 계장으로 발령을 받았고 1년 6개월째 익산시 여성가족과 자원봉사계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자원봉사계로 발령받고 처음에는 조금 부끄러웠어요. 저는 이전에 봉사해본 적이 없어요. 아이가 초등학교 다닐 때 의무로 녹색어머니회 활동을 해야 해서 교통안전지도 정도만 해봤지 자발적으로 봉사해본 적은 없었어요. ‘이런 내가 이 팀을 맡을 자격이 되나?’라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자원봉사계로 발령받고 주말에 자원봉사를 나가 본 적이 있어요. 점심식사로 국수 300인분을 준비해서 대접하는 일이었어요. 정말 힘들더라고요. 몸도 힘들지만 마음도 힘들었어요. 감사한 마음으로 국수 드시러 와주시는 분들이 대부분이지만 간혹 자원봉사자분들을 함부로 대하시는 분들도 계셨어요. 초보 자원봉사자인 저는 조금 상처를 받았는데 베테랑 자원봉사자분들은 개의치 않으시더라고요. 실제로 해보니까 자원봉사자분들이 더 대단하다고 느꼈어요. ‘내 일이 이런 분들을 위한 일이구나.’ 싶었습니다. 제 일에 자부심이 생겼어요.

 

재난에 필요한 것은 신속한 응답

2023년 7월 13일부터 이틀간 익산에 최대 424mm의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어요. 익산 전 지역에 걸쳐 농경지, 하우스, 도로 등이 침수되는 피해가 속출했죠. 익산에서 침수됐던 농지 면적이 여의도에 15배였거든요. 익산토박이인 저도 살면서 처음 겪는 수해였어요.

7월 16일부터 3주 동안 익산시와 익산시자원봉사센터가 함께 [재난 현장 통합자원봉사지원단]을 구성하고 가장 피해가 심했던 망성면에 상황실을 꾸렸어요. 초반에는 산비탈이 무너지거나 주택이 붕괴된 위험한 현장들이 많았어요. 그때 2주간 군 병력이 위험한 상황을 정리해 주셨습니다. 자연스레 군 병력의 복구 기간 동안 1,000여 명의 부대 인력이 먹을 식사를 마련해야 했죠. 문제는 익산시 안에서는 공수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던 거예요. 그때 전국에 있는 ‘참!좋은 사랑의 밥차’에 지원요청을 했습니다. 연락을 받자마자 전주시, 경주시 인천시, 부산시 등 전국에서 밥차가 달려왔어요. 지역에서는 밥차뿐 아니라 자원봉사자, 재료비도 다 자체적으로 꾸려와 주셨고요.

그때 정말 놀랐어요. 지원을 요청해도 결정하는데 당연히 시일이 걸리잖아요. 그런데 모두 전화를 걸자마자 바로 와주시겠다고 응답해주시는 거예요. 지역별로 일정을 나누어 순차적으로 지원을 받았죠. 각 지역의 도움을 받아 복구 작업하는 동안 매일 천 개씩 도시락을 만들었어요. 전국의 사랑의 밥차가 익산으로 온다는 연락에 익산시청에서도 깜짝 놀랐어요. 익산시자원봉사센터가 평소에 전국의 유관기관과 네트워크 협력이 되어 있었던 걸 알 수 있었어요. 그때를 생각하니 다시금 정말 뭉클하네요.

복구 초반에는 수해지역에 비가 내렸어요. 자원봉사자분들이 모두 비를 맞으면서 복구작업을 해주셨어요. 사랑의 밥차 자원봉사자분들도 비를 맞으면서 식사준비를 해주셨고요. 군인이 아들 같다고, 아들 먹는 밥이라고 눌러 담아주시고 반찬도 정성껏 만들어주시더라고요. 경주시 사랑의 밥차 차량에는 ‘익산시민 여러분 힘내세요. 경주시가 있습니다.’라는 플래카드가 걸려있었는데 볼 때마다 마음이 따뜻해졌어요. 현장에서는 작은 말 한마디도 정말 큰 힘이 되니까요.

인천시에서는 사랑의 밥차 소속 봉사자뿐 아니라 일반 자원봉사자분들까지 함께 와주셨어요. 대형 버스 4대를 대절해가지고 새벽에 내려와서 봉사하고 오후 늦게 올라가셨어요. 인천에서 익산은 멀잖아요. 정말 쉽지 않은 일이죠. 익산의 수해 피해뉴스를 보시고 오셨다고 하더라고요.

수해 피해규모가 크다 보니 초반에는 자원봉사자 모집이 어려웠어요. 현장에서 지원업무를 하면서 매일 페이스북에 사진과 글을 올렸습니다. 얼마나 피해가 큰 지,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를 상세히 썼어요. 글이 공유가 많이 되는 걸 보면서 시민분들의 관심을 느낄 수 있었죠. 페이스북 글 보고 찾아와주신 자원봉사자분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당시 수해 복구 기간 동안 익산시자원봉사센터에 기록된 자원봉사자 수는 2,260명인데요. 전체를 다 따지면 1만 7천 명 정도예요. 군부대, 경찰, 기관 할 거 없이 많은 분들이 와주셔서 결과적으로 복구 작업을 3주 만에 마칠 수 있었어요.

 

마음을 복구하는 힘

수해 복구하던 때가 7월부터 8월이었잖아요. 연일 폭염 경보가 떴는데 복구 현장이 대부분 비닐하우스였어요. 침수 현장은 모든 것이 다 젖은 상태인데 무더운 날씨가 연일 이어져서 어디나 냄새가 심했어요. 입은 옷은 빨아도 냄새가 안 지워져서 버려야 할 정도였죠. 가만히 서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고 숨이 턱턱 막히는 날씨였고 땅도 다 질퍽질퍽했어요. 자원봉사자분들은 그런 곳에서 청소하고 치우는 작업을 하셨어요. 위험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어 현장에는 항상 구급차가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긴 시간 활동하실 수 없는 날씨라 익산시자원봉사센터와 협의해서 자원봉사 시간을 하루 4시간으로 정했어요.

익산시와 익산시자원봉사센터 담당자들은 지역을 나누어 매일 수해복구 현장을 점검했습니다. 수해복구 현황과 함께 저희가 중요하게 확인하는 것은 복구작업을 함께 해주시는 자원봉사자분들의 안전이었어요. 복구작업하는 농가에 자원봉사자분들만 계시면 위험한 상황에서의 대응이 어려울 수 있거든요. 자원봉사자분들을 보호하고 지원하는 일이 저희의 중요한 업무였습니다. 먼 지역에서 익산시민을 위해 와주셨는데 그분들을 챙기고 지원하는 일을 소홀히 해서는 절대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 시기에 만나 뵀던 자원봉사자 한 분이 생각납니다. 그분이 복구 작업하시던 곳은 딸기를 생산하던 비닐하우스였어요. 날이 무덥고 일이 고되 자원봉사자분의 옷이 다 젖고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셨어요. 그런 상태로 복구 작업하시면서 내내 농장주분을 위로하시기에 제가 여쭈었어요.

“집에서 에어컨 틀고 시원하게 쉬실 수 있는데 이 무더운 날 여기를 왜 오셨어요?”

“뉴스를 보자마자 오고 싶었어요. 사실 저도 전에 재난 피해를 겪었거든요. 그때 아무런 대가 없이 저희를 도와주셨던 자원봉사자분들이 계셨어요. 덕분에 일상으로 빨리 돌아올 수 있었고요. 익산 수해 소식을 듣고 그 봉사자분들이 생각이 나서 그때 받았던 걸 갚고 싶어서 이렇게 오게 된 거죠.”

재해현장에서의 자원봉사는 단순히 현장을 치우는 일이 아니었어요. ‘봉사자의 숭고한 마음은 돌고 도는구나. 마음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모르는 사람을 연결시켜 주는 강한 힘이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 힘이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거지 않을까요.

 

무엇보다 소통

사실 힘든 일은 다 자원봉사자분들이 해주셨어요. 현장에서 공무원이 해야 하는 일은 소통이 전부라고도 할 수 있어요. 자원봉사자 배치도 일괄적으로 하는 게 아니거든요. 농가의 피해규모를 파악하고 필요한 인력을 적절히 배치하는 일이 중요했어요. 최대한 안전하게 활동하실 수 있게 지원하는 일이 저희 일이니까요. 현장에서 체크를 하면서 부족한 부분은 빨리빨리 채우려고 애썼습니다.

현장에서 수시로 회의를 해요. 그때 ‘무조건 사고는 없어야 된다.’라고 회의 때마다 강조했어요. 회의도 소통이죠. 기관별로 따로 생각하지 않고 서로의 생각을 계속 공유하고 각자 해낼 수 있는 업무들은 빨리 나누었어요. 현장에서 행정적인 일은 제가 최대한 빨리 피드백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수해 복구가 빨리 된 편이라는 칭찬을 해주시는데 현장에서 소통이 잘 돼서 그랬던 것 같아요.

재난 현장은 사람이 많으니까 신경 써야 하는 일도 많았어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기 때문에 감정이 상하거나 마음이 다치는 일이 없도록 우선적으로 신경 썼죠. 다들 예민하니까 중요하지 않은 일 때문에 서로 감정이 상할 수 있잖아요. 누군가는 돋보이려고 다른 사람을 깎아내리는 말을 할 수도 있고요. 익산시와 자원봉사센터에서는 그런 이야기에 휘둘리지 않고 중심 잡으려 노력했어요. 사람들을 만나면 ‘다들 잘하고 있다고만 얘기해 주세요. 안 좋은 말이 안 돌게. 좋은 얘기만 나가게 신경 써주세요’라는 말을 꼭 했어요. 누구를 만나든 ‘잘했어. 수고했어’라고 어깨를 토닥토닥해주기도 하고요.

그렇게 서로 마음을 썼어도 현장에서 당연히 문제가 생길 수도 있죠. 그럴 때는 바로 달려가 대책을 함께 찾으면 됩니다. 상대방 입장에서 왜 이런 문제가 생겼는지 생각해보면 이해가 돼요. 애쓰고 있는 서로를 토닥이면서 함께 대책을 논의하면 문제는 쉽게 해결되더라고요.

재난 현장에서는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요. 모든 일이, 사람과 사람이 다 연결되어 있으니까. 함께 했을 때 최고의 효과가 난다고 생각해요.

 

컨트롤타워의 필요성

재난이 닥치면 복구작업이 순조롭게 되지 않아요. 많이 우왕좌왕하게 되더라고요. 특히 이번 수해는 처음 겪는 규모라 현장에서 어려운 일들이 더 많았어요. 복구 현장에는 굴삭기, 덤프트럭, 살수차 같은 중장비와 마대자루, 식수가 많이 필요해요. 문제는 당시 현장에 중장비가 턱없이 부족했다는 거죠. 다른 지자체가 보유하고 있는 중장비를 일일이 확인해서 요청해야 했어요. 재난이 벌어지면 초반에 긴급하게 결정해야 하는 현장 업무가 많거든요. 재난 현장에서 일일이 각 지역에 전화해서 “그 지역에 굴삭기 몇 대 있어요? 없어요? 어느 지역에 있는지 아세요?” 이렇게 찾기에는 현장에서 챙겨야 할 일이 너무 많은 게 문제예요.

그래서 재난 상황 시 이런 상황을 파악하고 조율해줄 컨트롤타워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죠. 각 지역에서 보유하고 있는 중장비를 파악하고, 재난 현장에 필요한 중장비를 바로바로 연결해줄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면 좋을 것 같아요. 아! 그리고 재난 사전 대응 훈련을 제도적으로 만들어 사전에 연습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고요. 재난은 언제 어디서 어떤 규모로 다시 발생할지 아무도 알 수 없잖아요.

 

자원봉사 으뜸도시 익산

2023년 사업 목표는 ‘대한민국 으뜸자원봉사 도시 익산을 만들자.’였습니다.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많은 사업들을 하고 있지만 그중 2가지를 소개하고 싶은데요, 우수자원봉사자 마일리지 제도와 익산시 자원봉사 브랜드입니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를 3년 거치면서 지역의 자원봉사가 많이 침체되었어요. 어떻게 하면 자원봉사자를 늘리고 자원봉사를 활성화할 수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익산시에서는 1년에 80시간 이상 자원봉사하면 우수 자원봉사자로 선정되거든요. 지역을 위해 대가 없이 봉사해주시는 분들을 위해 익산시에서 많은 혜택을 드려야 한다는 생각에 시청의 여러 과와 협력해서 우수 자원봉사자를 위한 혜택을 현재도 발굴하고 있죠. 익산시 우수자원봉사자로 선정되면 익산시와 하는 계약과 면접 시 가산점, 프로그램 비용 할인, 건강검진, 공연 관람비 할인 등의 혜택을 받으실 수 있어요.

2023년 자원봉사자 수를 확인해보니 예년에 비해 많이 늘었더라고요. 저희 부서가 잘해서가 아니고 여러 요인들이 있어요. 코로나도 끝났고 수해 복구도 있었으니까요. 유의미한 변화를 꼽아보자면 우수자원봉사자증 발급 수의 증가입니다. 혜택을 받으려면 우수자원봉사자증이 있어야 하는데 신분증, 사진을 가지고 자원봉사센터에 방문하셔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어요. 발급 건 수가 2022년은 11건이었는데 2023년은 11월까지 140건이 넘어요. 앞으로 시에서 우수 자원봉사자분들을 위한 혜택을 더 많이 준비할 예정이니 많은 분들이 혜택들을 꼭 누리셨으면 좋겠어요.

익산시는 자원봉사에 정말 관심이 많아요. 최근 익산시 자원봉사 브랜드를 개발하기도 했거든요. 자원봉사하면 무언가 딱딱하고 느껴지고, 접근하기가 힘드니까 관심 가질 만한 매개체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래서 대안을 마련한 거예요. 전북 디자인센터, 익산시자원봉사센터와 함께 자원봉사 브랜드 ‘온벗’을 만들었어요. 전국 유일 자원봉사 브랜드 ‘온벗’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저도 자원봉사를 할 겁니다

업무를 하면서 저도 자원봉사에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이전에는 봉사에 대해서는 무감각했거든요. 자원봉사자분들 보면서 마냥 신기해했었죠. 봉사자분들은 봉사를 그냥 좋아서 하신대요. 봉사를 하고 나면 말로 설명할 수 없을 만큼 좋다고들 하세요. 이분들이야말로 세상의 빛과 같은 존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자연스레 저도 세상에 도움이 되는 존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해봤어요. 내가 갖고 있는 능력 중 다른 사람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 생각해보다가 수상 인명구조를 떠올렸어요. 제 이름의 ‘영’자가 ‘헤엄칠 영’자인데 그래서 그런가 제가 수영을 참 좋아해요. 인명구조사 자격증을 따야겠다고 생각하고 지난 달에 해당 자격증을 취득했죠. 내년에는 스쿠버 다이빙을 배울 예정입니다. 저도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주관 - 4·16재단 / 후원 - 사회복지공동모금회 / 글 - 홍세미 (인권기록센터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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