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봉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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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현장 속 자원봉사자'를 찾습니다. -16- [조용주 님] 복구 현장에서 가장 마지막으로 나오는 사람
- 작성자
- : 원종운
- 작성일
- : 2024.12.30
- 조회수
- : 699
복구 현장에서 가장 마지막으로 나오는 사람
<‘재난현장 속 자원봉사자’를 찾습니다> 조용주 님
<한유미 팀장>
저는 괴산군자원봉사센터 팀장 한유미입니다. 4·16재단에서 재난 현장을 지키는 봉사자를 추천해달라고 하셨을 때 괴산군자원봉사센터에서는 모두가 입을 모아 조용주 님을 추천했습니다. 조용주 님은 일이 생기면 가장 먼저 현장에 가시는 분이시고 가장 마지막에 나오는 분이세요.
조용주 님이 14년간 해온 자원봉사 활동이 있어요. 취약 가구의 노후화된 분전반을 보완하는 작업인데요. 예산이 적어서 저희는 최소한의 활동만 요청 드리고 있어요. 마을당 다섯 가구 정도만 점검해달라고요. 조용주 님은 다섯 집이 아니라 마을 전체를 살피세요. 며칠이 걸려도 마을을 다 돌아다니세요. 헌신적인 활동에 감사드리지만, 저희는 걱정이 됩니다. 대부분 혼자 다니시거든요. 사다리를 잡아줄 사람 없어 혼자 지붕에 올라가세요. 뭐든 맡기면 몸을 안 사리고 최선을 다하시는 분이라 어디까지 요청드려야 하나 매번 고민합니다. 자원봉사센터는 자원봉사자의 안전이 가장 중요하니까요. “조심하세요.”, “다치면 안 돼요.” 조용주 님께 저희가 가장 많이 하는 말이에요. (웃음)
2023년 7월 중순 괴산군에 사흘간 폭우가 쏟아져 괴산댐 인근 주민 1,500명이 대피하는 등 피해가 컸어요. 그때 괴산군에서 가장 위험한 지역이 괴산댐 부근과 하류 저지대였어요. 괴산댐이 붕괴 직전까지 물이 차올라 상황이 매우 급박했어요. 조용주 님께서 누구보다 먼저 도착해서 현장을 살피고 계셨어요. 센터 직원인 제가 자원봉사자에게 현장 상황에 관해 여쭤봐야 했습니다. 조용주 님은 당시 수해 복구 기간 많은 시간 현장에 계셨어요. 폭염 때문에 자원봉사자는 하루 4시간 이상 활동할 수 없었는데 조용주 님은 하루 10시간가량 현장에 계셨어요. 어떻게 저렇게까지 할 수 있나 싶은 정도였습니다. 재난 현장을 지키는 괴산군자원봉사센터 자원봉사자 조용주 님을 소개합니다.
<괴산군자원봉사센터 봉사자 조용주 님>
안전을 지키는 사람
저는 자원봉사에 관심이 있지는 않았어요. 2011년 괴산에 구제역이 발생했어요. 괴산군 사리면에 마련된 구제역 방역 초소에 무작정 갔어요. 괴산에 이사 오기 전 이천에서 양돈 관련 직종에서 일하였기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었어요. 아침 8시부터 저녁 5시까지, 3일 동안 차량 통제와 방역 부스 진입도로를 정리하는 일을 했어요. 그 일이 자원봉사 활동의 시작이에요.
당시 저는 회사에서 소방/산업안전관리 업무를 담당하고 있었어요. 직업이 봉사활동으로 자연스레 연결된 것 같아요. 방역 초소에서 만난 괴산군 담당 공무원이 괴산의 이런저런 상황을 들려주며 자원봉사 활동을 제안해 주셨습니다. 괴산군청 복지과에서 선별한 취약 가구 100곳에 소화기와 화재감지기를 달아드리는 활동이었어요. 다니다 보니 대부분 주택용 분전반에 문제가 있었어요. 전기안전사고(화재)가 발생하면 우선 차단기가 작동하여 과열과 누전을 잡아야 하는데, 오래된 시골집들은 주택용 분전반 등이 노후되어 자칫 큰 화재로 이어질 수 있는 환경이었습니다. 소화기를 나누어주고 화재감지기를 달아드리는 데서 끝날 게 아니라 분전반을 보완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군청에서는 별도 예산이 없다고 해서, 제가 다니던 회사에 건의했습니다. 회사에서 300만 원을 지원받아 차단기류를 구매했습니다. 분전반 보완 자원봉사는 그렇게 시작하게 되었어요. 당시만 해도 제가 전기전문가가 아니어서 한계가 있었어요. 시간을 내어 한국전력공사, 군청, 소방서 등 관계기관을 찾아다니면서 정책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호소도 해봤지만, 연계가 안 되어 홀로 다니게 되었습니다. 회사 지원금 소진된 후에는, 주변의 후원이 이어졌어요. (더 안전하게 활동하기 위해서 2023년 봄에 전기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했습니다.)
시골집은 살펴볼 곳이 많습니다. 차단기 말고도 지붕에 올라가서 전신주에서 계량기까지 이어지는 전선 일부를 교체해야 할 때도 자주 있어요. 노후 전선에서 불꽃이 나면 화재로 연결이 될 수도 있거든요. 안전 관련 기관에서 정기적으로 점검하긴 하는데, 형식적인 점검이라서 만성적인 위험이 해결되지는 않아요. 어르신들은 비용에 부담을 느끼고 있으시고, 이런 작업은 이익이 적어서 시공업체는 반기지 않거든요.
이 분전반 교체 작업을 2011년부터 지금까지 계속해 오고 있어요. 현재까지 괴산군 전역 425가구의 분전반을 교체했습니다. 괴산군에는 아직도 1,500가구 이상이 전기 설비가 노후화되어 위험에 노출되었다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가야 할 곳이 많습니다. 홀로 거주하는 노인, 장애우 가정이 주 대상입니다. 언제 어느 집에 어떤 작업이 진행되었는지를 꼼꼼히 기록해 두었습니다. 혹시라도 문제가 생기면 해결해야 하니까요. 하루에 많게는 네다섯 집을 다닐 때도 있습니다. 해 떠 있는 시간에 작업을 마쳐야 하기에 분주합니다. 깜깜할 때 전기를 차단하면 댁에서도 불편하고 저도 위험하기 때문이에요. 직장인이다 보니 주중에는 시간이 없어서 주말, 명절, 휴가 때 주로 움직여요. 제가 몸에 흉터가 많아요. 혼자 다니다 보니 위험할 때가 더러 있어요. 감전도 여러 번 있었고, 높은 곳에서 떨어져 다리를 다친 적도 있고요. 찔리거나 손가락이 베이거나, 화상으로 피부 표피가 탄 적도 있고요. 사고가 났을 때 저를 도와줄 사람이 필요해서, 정말 위험한 상황이라고 판단되면 지인에게 도움을 요청하든지, 아니면 딸을 데리고 가기도 해요. 사다리 정도만 잡아줘도 큰 도움이 되거든요.
괴산군 인구 절반이 70세 이상 어르신이에요. 특히 시골에는 혼자 사시는 어르신이 많고요. 1년 동안 사람을 못 만났다는 어르신도 뵈었습니다. 분전반을 교체하면서 어르신의 안부를 여쭙는 것도 중요한 일이 되었어요. 찾아가면 정말 반가워하세요. 아껴놓은 과자를 꺼내 주시고, 광에 보관해 둔 참기름을 주실 때도 있고요. 여름에는 우물에서 시원한 물도 떠다 주시고, 부침개도 해주시고요. 전기 설비 살펴드리는 것이 고마운 게 아니라, 찾아와준 것에 대해 고마움이라면서요. 어르신들께 받은 마음 덕분에 이 일을 즐기면서 하고 있습니다.
현장에서 뚝딱뚝딱
2018년 괴산에 비가 많이 온 때가 있었는데 괴산군자원봉사센터에서 전화가 왔어요. 집중호우가 쏟아져 산사태로 집이 매몰되어, 집기류를 빼내어야 하는데 인력과 장비가 없다고요. 그래서 휴가를 내고, 크레인 임대업체에 전화하고, 지붕을 뜯어내어 집 안에 있던 가구와 가전제품을 옮겼지요. 그때부터 괴산군자원봉사센터에서 장비가 필요한 일이 생기면 저에게 연락을 주세요. (웃음)
저는 주로 혼자 다니지만, 다른 사람들과 함께 활동하기도 해요. 괴산군자원봉사센터에는 ‘뚝딱이’라는 봉사동아리가 있어요. 목공방 동아리인데 어르신이 많이 사는 동네에 가서 칼과 낫을 갈아드리고 문패도 달고 보안등을 다는 활동을 하지요. 재난복구 때에도 뚝딱이 동아리 회원들이 모입니다. 현장에서 봉사자들이 힘을 합하면 이름처럼 뚝딱뚝딱 처리돼요. 현장에서는 이런 ‘뚝딱뚝딱’이 필요한 거죠. 같이 활동하면 시너지가 나잖아요. 십시일반 함께 하는 동료들이 있어서 든든합니다. 2021년 1월 말에는 갑자기 돌풍이 불어서 한 건물의 지붕이 날아가 옆 건물 지붕 위에 얹혔던 일이 있었어요. 그때도 어찌해야 할지 시름에 잠기신 분에게 위로를 건네며, 크레인을 임대하여 지붕을 통째로 들어 옮겨서 정리하였지요. 물론 동아리 회원들과 함께였어요.
봉사자로서 안전을 전파하며
저는 평상시 교육과 훈련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불이 나면 어디를 차단해야 하는지, 수도관이 파손되면 어디를 잠가야 하는지, 붕괴 위험 때는 어디로 대피해야 하는지 알아야 해요. 지방관공서는 순환 근무를 해서 다소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다른 업무를 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재난 업무를 맡아요. 공무원은 가장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자리잖아요. 업무에 능숙할 때쯤 되면 부서를 옮겨요. 재난 담당자는 훈련되어 있어야 하는데 그럴 수 없는 환경이라 안타깝습니다. 2017년 12월 제천에서 스포츠센터 건물에 불이 나서 29명의 안타까운 생명이 희생된 일이 있었잖아요. 괴산과 아까운 곳이라 당시에 사고 소식을 듣고 정말 안타까웠어요.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사고였는데요. 그 사고 이후 안전에 더 마음을 씁니다. 예전에는 얇은 전선이 벗겨진 정도는 눈여겨보지 않았거든요. 지붕에 올라가야 하고 건물 뒤로 돌아서 가야 해도 위험한 게 보이면, 지나치지 않으려고 애씁니다. 지나가다가도 화재 위험 요소라 생각되는 게 있으면 일단 정리부터 합니다.
저는 괴산군 의용소방대원으로도 활동하고 있어요. 활동한 지 올해로 10년이 되었고, 4년 전부터는 의용소방대원을 가르치는 교관으로도 활동하고 있어요. 교관을 하려면 의용소방대원으로 활동한 지 5년 이상 되어야 하고, 기본 심폐소생술, 생활 안전 강사 교육도 받아야 하고요. 의용소방대원 교관으로 활동하면서 자원봉사센터의 안전교육 강사로도 활동합니다. 안전에 대한 활동은 이제 일상이 되었습니다. 유사시를 대비해 차에 장비를 구비하고 다녀요. 드라이버, 펜치, 로프, 망치는 기본입니다. (웃음) 외부에선 장비가 없으면 쓸 만한 게 어디 있는지 습관적으로 주변을 살펴봐요. 어딜 가면 소화기부터 찾아보게 되고 차단기 위치를 확인해요. 식당에 가도 가스 밸브가 어디 있는지 궁금하고요. 모든 재난을 막을 수는 없지만, 평상시에 훈련이 되어 있어야 위기 상황에서도 피해를 줄일 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에 4·16재단의 재난 현장을 지키는 자원봉사자로 추천이 되었다는 소식 들었을 때 처음에는 사양했어요. 그래도 활동이 알려지면 재난 현장을 지키는 분들이 많아질 것 같아서 수락하게 되었습니다. 자원봉사자를 발굴하고 그분들의 이야기를 기록하는 작업은 소중하다고 생각합니다. 기록해야 세상에 전해지잖아요. 그래야 우리의 아이들도 따라서 하겠지요. 지금까지 제가 한 일을 많이 이야기했지만 제가 배우고 얻은 것들이 더 많아요. 시골을 돌아다니니까 눈이 즐거워요. 괴산이 다 산이거든요. 하천을 지날 때 잠깐 내려서 개울에 발도 담그고요. 마음이 맑은 사람들도 많이 만났어요. 몸은 바쁘지만, 정신적으로는 풍요로워졌어요.
마지막으로 꼭 당부하고 싶은 이야기가 하나 있어요. 헌혈하는 분들이 많이 늘어났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나라도 곧 혈액이 부족한 나라가 될 거라고 하네요. 사람들의 관심도 많이 떨어지고 있고요. 저도 두 달에 한 번 정도 헌혈을 꼭 하고 있어요. 혈액 수입국이 되지 않으려면 많은 참여가 필요해요. 마지막으로 헌혈의 중요성을 꼭 당부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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