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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봉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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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현장 속 자원봉사자'를 찾습니다. -14- [함은영 님] 그 미소가 절 변하게 했어요

작성자
: 원종운
작성일
: 2024.12.04
조회수
: 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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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미소가 절 변하게 했어요

 

<‘재난현장 속 자원봉사자를 찾습니다함은영 님

                                                                                        

 

 

 

노진선(양천구자원봉사센터 활동지원팀 대리):

안녕하세요. 양천구자원봉사센터 노진선 대리입니다. 4·16재단에서 재난 속 봉사자를 찾는다는 소식에 양천구자원봉사센터 직원 모두가 입을 모아 추천해주신 분이 계셨어요. 바로 함은영 선생님이십니다. 많은 분들이 꺼리는 힘든 봉사처도 가장 먼저 손들어주시는 분, 언제 어디서나 기꺼이 함께 해주시는 함은영 선생님을 소개합니다.

 

함은영:

제가 특별하게 한 일이 없는데 이런 자리에 불러주셔서 너무나 감사드립니다. 저는 가정주부예요.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학교 도서관에 일손이 부족하다는 소식에 학부모 사서 도우미를 시작했습니다. 작은 힘이나마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구나를 느낄 수 있어 봉사하는 시간이 참 좋았습니다. 학교 사서 봉사를 8년 동안 하다가 동네 작은 도서관이 개관할 때도 이어서 사서 자원봉사를 하게 되었어요. 지금은 어디서든 불러주시는 곳이면 기쁨으로 자원봉사 활동하고 있습니다.

 

노진선:

함은영 선생님은 양천구자원봉사센터의 자부심이세요. 매해 자원봉사자가 줄고 있다고 하지만 꾸준히 다양한 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시는 분들도 많아요. 그런 선생님들을 만날 때마다 정말 존경스러운데 표현할 방법이 없었어요. 저는 양천구자원봉사센터의 인정, 진흥 부분 담당자로서 이렇게 지역의 자원봉사자를 발굴하고 포상해주는 이벤트가 자주 있었으면 좋겠어요. 우수자원봉사자들의 사기 진작, 독려에 많은 도움이 됩니다. (웃음)

 

함은영:

제가 상을 받는다는 소식을 작년 자원봉사자의 날에 들었어요. 함께 자원봉사 하던 분이 꾸준히 활동하니 이렇게 알아주네요.”라고 이야기해주셨어요. 그 말씀이 정말 감사했어요.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웃음)

 


코로나 선생님

 

기록자:

함은영 선생님은 어떤 분인가요?

 

노진선:

24시간 대기조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언제 어디서든 가장 먼저 솔선수범하여 참여 의사를 밝히는 분이세요. 양천구자원봉사센터 직원들은 다 알아요. 항상 자원봉사자가 필요한 곳에 늘 함은영 선생님이 계신다는 걸요. 근데 계신지 잘 몰라요. 정말 조용히 본인이 해야 할 봉사활동을 묵묵하게 하고 계시거든요. 늘 뒷자리에 계시면서 일이 없으면 찾아서 하시는 분이세요.

 

함은영:

제가 나서는 성격이 못돼요. 뒤에서 조용히 일거리를 찾아서 하는 편이에요. 저도 처음에는 일을 찾아서 하지는 못했어요. 낯을 많이 가리기도 하고요. 그래서 봉사처에서도 처음 온 분들이 쭈뼛거리는 모습이 잘 보여요. 그런 분들이 보이면 가서 안내해 드리고 다음 봉사처에서 꼭 봤으면 좋겠다고 말을 꼭 건네요.

 

노진선:

늘 사람을 살피는 분이시죠. 저는 함은영 선생님 하면 코로나 당시가 생각이 나요. 양천구는 서울 도심에 위치해서 재난이라고 할 만한 일은 다행히 크게 없었어요. 코로나19 당시가 재난 상황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요. 그때 코로나19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났잖아요. 백신 예방접종 하는 병원이 많았고 병원마다 안내하는 자원봉사 인력이 많이 필요했어요. 자원하시는 분이 안 계셔서 센터에서 발을 동동 굴렀어요. 그때도 가장 먼저 자원해주셨던 분이 함은영 선생님이세요.

 

함은영:

그때 코로나19가 전염이 빠르고 위험하다는 이야기가 많아서인지 자원봉사자가 없었어요. 저는 젊고 건강하니까 어떤 균이 들어와도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보호복 입고 마스크 끼고 활동하니까요. 활동 전후에 손 소독하면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제가 해누리 센터라는 곳에서 하루 4시간씩 코로나19 예방접종 안내 봉사를 했어요. “어머니 이쪽으로 모실게요. 아버지 이쪽으로 모실게요. 잠깐만 기다려주세요.” 이렇게 말씀드리면서 안내했는데요. 어려울 게 전혀 없는 일이었어요. 마스크를 껴서 표정을 볼 수는 없지만 그래도 눈은 보이잖아요. 최대한 밝게 인사를 하려고 했던 기억이 나요. , 그때 한 노부부가 오셨어요. 제가 안내하면서 돌아다니는 모습이 어머니 아버지께 좋게 보이셨나 봐요. 그때 저를 코로나 선생으로 부르는 분이 많았어요. 예방접종을 하시고 며칠 후에 초콜릿을 갖고 오셔서는, “내가 코로나 선생 주려고 사 왔어.” 그러시는 거예요. 자식보다 다정하게 대해줘서 고맙다고 하시면서요. 근데 그 자리에 자원봉사자가 한둘이 아니었거든요. 저를 기억하고 알아봐 주셔서 어찌나 감사했던지요.

 


정성스러운 마음

 

기록자:

재난 상황에서 자원봉사자는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할까요?

 

함은영:

제가 자원봉사 활동을 한 지 9년이 되었는데 서울에 살아서인지 재난 상황을 많이 겪어보지는 않았답니다. 저는 “A small good things.” 이란 말을 좋아해요. 작은 도움이라도 되는 사람으로 살고자 하는 마음으로 봉사활동에 임해요. 제 모토가 자원봉사자의 사명을 다하자.’거든요. 제가 생각하기에 자원봉사자는 현장에서 정성스러운 마음으로 피해자분들이 필요한 일을 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건강이 허락하는 한 나누자고 생각해요.

 

기록자:

정성스러운 마음은 어떤 걸까요?

 

함은영:

제가 자원봉사 활동을 하면서 노숙자분들과 만나게 되었어요. 노숙자분들 식사 대접하는 활동을 일주일에 두 번 하고 있어요. 처음에는 이해가 잘 안 되는 상황들이 있었어요. 기다리시면 모두 식사를 하실 수 있는데도 어르신들끼리 다툼이 생기기도 하고, 자리가 좁은데 굳이 짐을 다 가지고 들어와서 식사하시는 분도 계셔요. 당시는 이해를 잘 못 했어요. 활동을 지속하면서 꾸준히 만나 뵙게 되면서 더 이해하게 되었어요. 우리한테는 아무도 가져가지 않을 것처럼 보이는 짐 덩어리지만 이분들한테는 전 재산이라는 걸요. 짐을 가지고 들어오지 말라고 안내하지 않고 짐을 둘 자리를 만들어 드리게 되었어요. 그러니 어르신도 안심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식사를 잘 마치셨어요. 식사하시고 그러시더라고요. “오늘은 속이 든든해서 푹 잘 것 같아요. 정말 고마워요.” 그 말을 듣는데 눈물이 났어요. 고작 밥 퍼드리고 자리 닦아드리는 일을 한 것뿐인데 그런 큰 인사를 받아도 되나 싶어서요. 이분들한테는 이 끼니가 한 끼가 아니라 하루 중 유일한 식사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상대에 대한 온전한 이해를 한 후 그분이 원하는 방식을 찾는 것이 정성스러운 마음이라고 생각합니다.

 

기록자: 봉사 현장에서 더 신경 쓰시는 건 무엇인가요?

 

함은영:

저는 꼭 지키는 게 하나 있어요. 현장에서 핸드폰을 보지 않아요. 봉사처에 도착하면 핸드폰은 무음으로 해두고 가방에 넣어둡니다. 봉사활동이 끝날 때까지 꺼내지 않아요. 온전히 봉사활동에 전념하기 위함이지요. 자원봉사 교육을 받을 때 봤던 자봉이의 일기가 기억납니다. 봉사자는 일기에 보람찬 하루였다고 쓴 반면 장애인은 봉사자와 놀아주느라 힘든 하루였다고 썼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자원봉사자가 할 일을 제대로 못 하면 당사자분은 힘든 하루가 됩니다. 그래서 항상 봉사하러 갈 때마다 누군가에게 힘이 되어줬으면 좋겠습니다라고 기도하고 가요.

 


가족이 모두 우수자원봉사자

 

노진선:

함은영님 뿐만 아니라 따님 두 분, 아버님까지 가족 모두가 우수 자원봉사자세요.

 

함은영:

가족이 봉사를 함께 하면서 생긴 습관이 있다면 절약이에요. 저는 욕심이 많으면서도 계산을 못 해요. 마트에 가면 항상 원플러스원을 샀거든요. 그러면 애들이 엄마, 우리 많이 안 필요하니까 하나만 사자. 아프리카에도 우리 동생이 있잖아라고 말해요. 저희가 해외아동 후원을 오래 했거든요. 신랑도 술 담배를 안 해요. (웃음)

 

노진선:

선생님께서는 헌혈도 많이 하시는 거로 알고 있어요.

 

함은영:

결혼하기 전에는 빈혈이 있어서 헌혈을 못 했어요. 결혼 후에도 여러 번 시도했지만, 헌혈을 못 했고요. 그러다 헌혈이 꼭 하고 싶은 마음에 관리해서 2020년에 첫 헌혈을 했고 지금까지 23번을 했어요. 헌혈하기 일주일 전에는 음식을 가려 먹어요. 가장 좋은 상태로 헌혈하고 싶어서요. 커피를 좋아하는데 커피 안 마시고, 고기도 좋아하는데 삼겹살은 안 먹고 먹으려면 지방이 적은 부위로 먹어요. 헌혈하는 동안에도 나쁜 피는 남고 좋은 피만 헌혈할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해요. 저는 장기기증 신청을 해두었어요. 제가 생을 마친 후에도 몸이 누군가에게 쓰일 수 있거나 의료기술 발달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았어요. 장기기증 카드를 늘 갖고 다녀요. 사고를 당하더라도 카드를 보고 병원으로 빨리 이송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요. 몸을 안 쓰면 근육이 쇠퇴하고 안 좋아질 텐데 자원봉사를 하면서 한 번이라도 더 움직이니까 훗날 좋은 몸을 기증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해보았어요. (웃음) 제가 이러니까 아이들이 조금 커서는 심각하게 묻더라고요. 엄마가 세상을 떠난 후에 남은 우리에게 엄마를 추억할 수 있는 게 무엇이라도 있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요. 제가 마음으로 기억하면 된다고 이야기했어요. 누구나 겪는 일이니까 아파하지도 슬퍼하지도 말라고요. (웃음)

 


환한 웃음이 원동력

 

기록자: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언제인가요?

 

함은영:

환하게 웃어주시는 얼굴이 다 기억이 나요. 그 환한 미소는 잊을 수가 없어요. 수해나 재난 후 복구 봉사는 꼭 참여하려고 하거든요. 집주인 어르신이 손을 꽉 잡아주면서 정말 애썼다고 해주세요. 큰일을 한 것도 아닌데 저에게 환하게 웃어주시니 고마웠어요. 말 한마디에도 힘이 나는데 미소까지 받으면 정말 불끈 힘이 솟아요. 그 미소 덕분에 지금까지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복지관에서 어르신들 물리치료 받으실 때 동반해서 봉사하거든요. 복지관에서 어르신들께서 마사지 기계로 마사지해드리고 허리 찜질해드려요. 어르신들께서 공기압 마사지 기계로 마사지 받으실 때 곁에 앉아서 어머니 손을 주물러요. 손 주무르는 기계는 없거든요. 어머니께서 힘들다고 기계에 맡기라 하시는데. (웃음) 사람 손이 좋다고 하잖아요. 조금만 만져도 혈액순환이 되어 어르신 손이 금방 따뜻해 져요.

 

기록자:

봉사활동을 하면서 함은영 님께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함은영:

점점 일회성보다 정기적으로 길게 가는 봉사를 선호하게 되더라고요. 시간이 쌓이면서 배우는 게 많아요. 제가 경험이 없었을 때 실수한 적이 있어요. 어르신은 화장실에 혼자 가시면 안 된다고 들었지만, 경험이 없어서 어르신 혼자 화장실 안으로 들어가시게 하고 저는 화장실 밖에서 기다렸어요. 저는 오래 걸리시나 보다 하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어르신께서 화장실에서 졸고 계셨어요. 위험할 수도 있었던 순간이었어요. 활동하면서 점점 배우고 있습니다. , 그리고 변화가 하나 더 있네요. 구두쇠가 되어가요. (웃음) 봉사활동을 할수록 후원이 필요한 곳이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고 후원을 늘리고 있어요. 후원이 늘어가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노숙자분들 자립을 돕는 활동을 하게 되면서 더 절약하게 되었어요. 활동하면서 잡지 빅이슈를 알게 되었어요. 빅이슈는 노숙자분들의 자립을 돕는 잡지입니다. 빅이슈 판매하는 자원봉사도 계속하고 있어요. 한 부라도 더 팔아야 하니까 큰소리로 외쳐요. “이 잡지 좀 봐주세요. 좋은 글이 많아요. 유익한 잡지예요.” 함께 잡지를 판매하는 노숙자분이 그러더라고요. 자원봉사 하러 수도 없이 많이 왔다 가는데 저처럼 4시간 내내 빅이슈 사세요.”라고 외치는 사람이 없었대요. 그날 11부를 팔았거든요. 하루에 11부 판 건 처음이라고 하시면서 제 모습을 보고 큰 용기를 얻었다고 다음에 와줄 수 있냐고 하셨어요. 그래서 바로 대답했죠. “그럼요. 또 올게요.”

 

기록자:

앞으로 어떤 활동을 더 하고 싶으세요?

 

함은영:

저는 힘든 곳으로 가고 싶어요. 빛이 안 비추는 곳에 있지만, 여전히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만나고 싶어요. 가끔 치매 어르신이 계신 시설에 정기적으로 가고 있어요. 가자마자 치매가 심한 어르신을 맡게 되었는데, 식사 챙겨드릴 때는 쉽지 않았어요. 달래고 달래야 겨우 한 숟가락을 드셨어요. 식사하시다가 졸음이 온다고 하시면 어깨를 내어드려서 기대어 잠깐 눈 감고 계시게 하다가 한 숟가락 드시게 하고. 근데 그런 시간들이 전혀 힘들지 않아요. 한 숟가락 드실 때 행복했어요. 어르신께서 기댈 수 있게 어깨를 내어드릴 수 있어서 감사할 뿐입니다.

, ‘재난 속 자원봉사자로 상을 받았으니 재난현장으로 가장 먼저 출동할 수 있는 자원봉사자가 되고 싶다고 말하고 싶어요. 재난이 안 벌어지기를 가장 바라지만, 제가 필요한 일이 생긴다면 어떤 현장이든 달려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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