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봉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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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현장 속 자원봉사자'를 찾습니다. -11- [홍주희 님] 재난 현장은 원 팀
- 작성자
- : 원종운
- 작성일
- : 2024.10.04
- 조회수
- : 1066
재난 현장은 원 팀
<‘재난현장 속 자원봉사자’를 찾습니다> 홍주희 님
100년 만의 수해
김영희(자원봉사센터 사무국장):
안녕하세요. 저는 군위군자원봉사센터에서 국장으로 일하고 있는 김영희라고 합니다. 2023년 태풍 ‘카눈’이 지나가면서 군위군에 폭우가 쏟아져 팔공산 자락에 자리를 잡은 군위군은 며칠간 내린 비로 지반이 약해진 상태에서 폭우가 내려 남천 제방이 순식간에 붕괴되어 근처 농경지와 주택은 침수가 되었습니다. 피해가 워낙 크고 광범위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었습니다. 당시 군위군은 민관이 합심해서 수해복구에 힘썼습니다. 재난 현장에서는 자원봉사자가 소중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건 현장과 자원을 연결하는 공무원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센터에서는 작년 수해 당시 탁월한 리더쉽을 발휘한 홍주희 팀장님을 추천했습니다.
홍주희: 안녕하세요. 저는 2023년 군위 수해 당시 군위군청 주민복지실 희망복지팀장이었습니다. 당시 군위군의 피해가 워낙 컸어요. 군위군에서는 수해가 일어나자마자 군청 공무원과 경찰, 군인, 자원봉사자를 투입해 복구작업에 나섰습니다. 군위군은 2023년 7월 1일 자로 대구시로 편입된 지역입니다. 대구광역시에서도 자원봉사자분들이 많이 찾아와주셨어요. 특히 군위군 자원봉사센터와 군위군청이 한 팀이 되어 복구작업을 펼쳤습니다. 지금은 의흥면사무소에서 근무하며 찾아가는 보건복지팀장으로 일하고 있어요. 담당 업무가 변경되었음에도 재난 현장에서 활동한 것을 기억해주시고 불러주셔서 부끄럽고, 감사합니다.
김영희: 군위군(614.29km)의 면적이 서울특별시(605.23km)보다 넓어요. 재난이 터지면 면 단위 인력이 부족해 현장 구석구석까지 살피기가 쉽지 않습니다. 수해복구 당시 연휴 상관없이 아침 6시에 출동해서 복구 기간 내내 현장에 있었습니다. 현장에 나가면 우리 자원봉사센터는 민간이기 때문에 관과 소통이 바로바로 되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아요. 면 단위 주민분들은 아직 자원봉사센터를 잘 모르시는 분들이 많거든요. 어르신들이 많아서 공무원이 더 인지도가 높아요. 당시에 홍주희 팀장님이 발굴한 피해가구가 많았습니다.
홍주희: 현장에는 민·관이 함께 가야 합니다. 자원봉사센터 활동가들만 현장에 나가면 피해 상황을 관에 바로 전달하기 어려워요. 저는 공무원 신분이고 면사무소와 같은 조직 안에 있어서 각 면 단위와 소통이 잘 될 수 있었어요. 봉사센터로 바로 접수된 어르신 댁을 찾아가니 혼이 빠진 것처럼 망연자실한 상태였습니다. 어르신 댁이 계곡이 범람하면서 피해가 특히나 심했어요. 8월이다 보니 아침에도 기온이 30도 이상이었어요. 토종닭을 많이 기르고 계셨는데 몇백 마리의 닭이 폐사되어 썩어가고 있고, 버섯재배 하우스와 포도밭은 토사로 뒤덮여 하천이 되어 있었습니다. 집도 침수되어 가구며 집기들이 여기저기 방치되어 어르신이 주무실 공간조차 없는 상황이었어요. 어르신께 이것저것 여쭈니까 식사도 못 하시고 약도 못 드셨다고 하셨어요. 혼자의 힘으로는 복구의 한계가 있음을 말씀드리고 일단 더위를 피해서 쉬고 계시면 자원봉사자를 보내드리겠다고 말씀드렸어요. 봉사자가 오면 어떤 일을 우선으로 해야 할지를 생각해 두시라 일러드렸습니다. 다음날부터 일주일간 군인 인력, 공무원, 자원봉사자, 굴착기를 투입하여 복구를 마무리하였습니다.
현장은 원 팀
허완서(자원봉사센터 팀장): 군위군은 지난 20간 수해가 없던 지역이었거든요. 군위군자원봉사센터는 다른 지역 재난 현장에 자원봉사자분들을 모시고 복구작업에 갔던 경험은 있지만, 우리 지역에서 수해가 있던 적은 없었어요. 그래도 여름에는 일기예보를 주의 깊게 봅니다. 작년에는 태풍 ‘카눈’이 8월 10일 군위군을 관통한다는 기상예보에 이거 큰일이 났구나 싶었어요. 전날 홍주희 팀장님이 자원봉사센터에 방문해 비상대기해야 한다고 했어요. 태풍이 관통하면 군위군이 재난지역으로 선포될 수 있으니 준비해야 한다고요. 직원들과 비상 근무체계로 전환될 경우의 매뉴얼과 업무를 점검했습니다. 수해 발생 시 피해 접수를 받을 서류도 미리 만들어두었고요. 복구 이후 전염병의 대처라던지 정서적인 지원 등의 서류도 이때 준비 해두었습니다.
홍주희: 당연한 과정입니다. 전국 어디든 공무원들은 비 예보가 있으면 모두 비상체계로 돌아갑니다. 앞서 7월 말에 경북 예천군에 비 피해가 있었습니다. 그러므로 군위도 수해 대비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소통은 한 곳에서 이루어져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수해가 일어나자마자 단체 카카오톡 방을 개설하고 피해 상황을 공유하며 확인하기 시작했습니다.
김영희: 이 단톡방을 제안하고 개설해주신 분이 홍주희 팀장님이세요. 처음 단톡방에는 군위군 자원봉사센터 활동가들과 홍주희 팀장님만 있었어요. 그러다가 확대할 필요성을 느껴 자원봉사센터에서 연계되는 곳은 제가, 각 읍면 공무원분들은 홍주희 팀장님이 단톡방으로 초대하셨어요.
허완서: 단톡방에 자원봉사센터 직원 5명, 군위군청 주민복지실, 총무과, 각 읍면 행정복지센터 담당자와 대구광역시 자원봉사센터, 대구광역시 행정과 등의 총 32명을 초대했어요. 복구작업 하면서 발굴한 피해 상황을 단톡방에 사진과 함께 올려 실시간으로 상황을 공유하기 시작했어요. 복구 현장 조사를 나가서 확인사항과 물품을 파악하고 단톡방에 올립니다. ‘○○면 현장에 장갑 10개, 삽 5개 필요’ 혹은 ‘○○면 자원봉사자 5명 필요’ 단톡방 읍·면 단위 행정복지센터 담당자가 확인하고, 현장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 전달해 바로바로 해결되게 하였습니다.
모든 판단은 현장에서
홍주희: 수해가 일어나고 군위군과 군위군자원봉사센터가 함께 통합자원봉사지원단을 설치했습니다. 군위군에는 총무과와 주민복지실이 함께 했어요. 면에서 각 지역의 피해 상황을 총무과에 보냅니다. 제가 복구 기간 내내 현장에 계속 머물렀던 이유가 있어요. 재난 현장에서 결정사항은 한 군데서 이루어져야 하더라고요. 재난 현장은 실시간으로 변하기 때문에 순간적인 판단을 내려야 할 때가 많았어요. 현장은 저뿐만 아니라 군위군청 공무원, 자원봉사센터 활동가들도 항상 함께 있었지요. 자원봉사센터와 저희를 항상 원 팀이라고 생각하고 말했어요. 현장에서는 의견을 하나로 모으는 일이 중요해요. 재난 복구를 마치고 나면 자원봉사센터 활동가분들과 제가 현장을 나갑니다. 일은 잘 마무리되었는지, 장비는 빠트리고 간 게 있는지와 같은 현장 특성을 고려해 투입할 인원을 결정해야 하거든요. 군 인력도 함께 복구에 힘써줘 큰 힘이 되기도 했어요. 군위군 통합자원봉사지원단은 자원봉사센터, 주민복지실 총무과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어요. 행정적인 업무, 군 인력 배치, 자원봉사 배치 등도 함께 해주셨어요. 주민분들과 자원봉사자분들의 식사를 챙기기도 쉽지 않았어요. 자원봉사센터가 각 지역 간 소통을 잘 해와 주셔서, 수해복구 당시 대구광역시 동구, 경북 울진군, 경북 경주시 등에서 밥차를 보내주셨어요.
김영희: 수해 발생 지역이 농경지 근처거나 산 밑, 하천 근처라 길들이 다 좁았어요. 피해 지역이 워낙 넓다 보니 복구 인력이 밥차까지 오기가 어려운 곳이 상당히 많았어요. 면 단위는 본부에서 차로 1시간 반 이상 가야 하는 곳도 있었거든요. 그때 홍주희 팀장님이 도시락을 싸자고 아이디어를 내주셨어요. 밥차를 본부에 배치하고 베이스캠프에서 드시는 분들을 위한 식판과 외부에서 드시는 분들을 위한 도시락을 매일 300개씩 준비하는 과정이 대단했어요. 업무분담으로 일사불란했거든요. 홍주희 팀장님이 차량을 수배하면 읍·면 단위 공무원, 센터직원, 군청 공무원들이 일일이 도시락 배달을 했습니다. 우리 지역을 찾은 봉사자들의 편의 제공으로 오전, 오후 간식과 오후에는 시원한 얼음 커피까지 배달할 수 있었거든요.
홍주희: 주민복지실에는 업무용 승합차 한 대와 경차 한 대가 있었어요. 자원봉사센터에도 승합차 한 대가 있었고요. 현장에 있던 직원들이 도시락을 싣고 산발적으로 현장으로 출동했습니다. 여기저기서 간식 지원도 많이 해주셨거든요. 얼음물, 아이스 커피를 보내주시는 분들이 많았는데요. 그때그때 복구현장 구석구석까지 차로 날랐어요.
김영희: 통합자원봉사지원단은 매뉴얼 상 주민복지실과 자원봉사센터가 꾸리게 되어 있어요. 하지만 군위군은 이런 재난이 처음이었기 때문에 인력관리와 능동적인 대처가 가능한 총무과와 함께 삼원제로 지원단을 꾸려 효율적으로 재난에 맞섰습니다.
홍주희: 총무과는 읍면과 소통이 잘 돼요. 원래 총무과가 통합자원봉사지원단에 들어가지 않는데 군위군은 지형적 특성이 있어서 탄력적으로 운영한 거죠. 수해가 일어나고 초기에는 총무과와 통합지원단이 따로 움직이고 있었어요. 주민복지실 실장님께서 총무과에 가서 함께 지원하자고 제안해주셨고, 그 이후로 소통이 한 곳에서 이루어질 수 있게 되었어요. 주민분들의 피해 신고를 각 면사무소에서 받아요. 각 면사무소에서는 군청 총무과에 피해 상황과 면별로 복구에 필요한 자원봉사자와 필요 물품 등을 신청하십니다. 총무과에서 각 지역의 피해 상황을 정리해주시면 그 자료를 가지고 매일 총무과, 주민복지실, 자원봉사센터 담당자가 모여서 회의를 했습니다. 총무과에서는 군인 인력을 군부대에 요청하고 자원봉사에서는 자원봉사자를 연결하고요. 주민복지실에서는 예산을 확보해서 필요 물품을 지원합니다.
허완서: 각 면의 피해 상황 리스트를 가지고 전날 저녁에 회의하고, 다음날 새벽에 자원봉사센터 활동가들이 해당 지역으로 출근해서 실사합니다. 현장을 보고 구체적인 요청을 합니다. 막상 현장에 가보면 피해가구에 진입하는 길이 너무 좁아서 버스가 들어갈 수 없는 곳이 많아요. 피해 규모와 경로를 미리 파악해야 자원봉사자분들이 찾아오실 때 진입이 가능한 차량을 수배할 수 있거든요.
홍주희: 자원봉사센터는 자원봉사자의 안전이 가장 중요해요. 피해 주민들 입장에서는 복구가 신속하게 이뤄지길 바라서 자원봉사자분들의 계속된 복구 활동을 바랍니다. 침수 현장은 비닐하우스와 소를 키우는 지역과 산사태 지역이 많았어요. 연일 폭염으로 인해 옷이 흠뻑 젖을 정도로 땀이 나서, 굳은 결심이 아니면 현장에서 버텨내기가 쉽지 않았어요. 센터 활동가분들이 각 현장을 다니시면서 안전과 복구를 잘 연결할 수 있도록 내내 살피셔야 했어요. 위험 요소를 피해 가능하면 아침과 오전 시간에 자원 봉사하실 수 있도록 조정하고요.
김영희: 현장에서 가장 중요한 건 신속 정확한 판단입니다. 전날 회의를 진행했어도 현장은 다른 상황일 때가 부지기수였어요. 4시간 정도 걸리는 복구라고 생각해서 자원봉사자를 배치했는데 2시간 만에 일이 끝나기도 해요. 그러면 해당 자원봉사자분들을 신속하게 근처의 다른 현장으로 배치해야 하죠. 어렵게 마음을 내셨는데 값진 마음이 현장과 잘 연결될 수 있도록 하는 일도 저희 몫이거든요.
그늘과 얼음
김영희: 복구 기간 중 필요 물품은 현장에서 가까운 마트에서 가져다 썼습니다. 물품을 사기 위해 결재를 올리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재난 현장에서는 모든 것들이 긴급하게 이루어지니 사무실에서 서류 만들어 결재를 올릴 상황이 아니었어요. 주민복지실에서 후결제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마트를 지정해서 물품을 필요한 대로 가져다 쓰도록 했어요. 그래서 현장에서 물품 필요시 신속하게 조달해 문제 발생을 줄여 원활한 복구에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홍주희: 군청에서 예산 확보를 약속해주셨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어요. 이런 재난 속에서는 절차대로 밟아서 할 수가 없어요. 당시는 모든 결정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었습니다. 군민들도 한마음이었던 것 같아요. 우리 군에 있는 어느 커피가게에서도 복구현장으로 아이스아메리카노 100잔을 보내주신 적도 있고, 어떤 기업에서도 베이스캠프로 커피 200잔을 보내주시기도 했고요. 여러 방법으로 마음을 보태는 주민분들의 후원이 많았어요.
허완서: 수해 당시 현장은 무더위와 싸움이었어요. 해당 지역에 얼음과 음료를 계속 제공해드리는 일도 중요한 일과였습니다. (웃음) 베이스캠프가 빠르게 차려져서인지 기업 후원과 시민 후원이 해당 지역으로 계속 연결되더라고요. 희망 브리지를 통해서도 간식 후원을 많이 받았습니다.
김영희: 한 번은 복구작업 중에 폭우가 쏟아진 적이 있었어요. 통합지원단이 설치한 천막이 바람에 비에 날려가 아예 박살이 났어요. 지지대로 겨우 세워뒀는데 계속 무너지더라고요. 그 상황을 본 군위군 주민복지실에서 새 천막을 구매해서 교체하고 추가로 하나 더 사서 봉사자와 관리자들이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도 했어요. 이런 일들이 별일이 아니라고 할 수 있지만, 현장에서는 쉴 수 있는 작은 그늘 하나도 너무 소중했거든요.
홍주희: 현장에서 제가 가장 신경 썼던 건 천막보다 천막 아래 아이스박스였어요. 천막을 지나다닐 때마다 아이스박스를 열어서 얼음과 음료의 수량을 확인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웃음) 모든 분들의 더위를 식힐 차가운 음료가 가득했었거든요.
22일간, 새벽 6시 반부터 밤 9시까지
홍주희: 군위군은 가뭄 피해도 크지 않고 수해도 없었던 지역이었어요. 군위군은 팔공산이 둘러싸여 있어 태풍도 매번 비껴갔던 지역이었습니다.
허완서: 태풍이 할퀴고 간 피해 현장 지역을 홍주희 팀장님과 군위군청 공무원, 자원봉사센터 활동가들이 매일 함께 갔습니다. 복구를 시작하면서 매일 새벽 6시 반에 현장에 모였어요. 피해 현장을 돌면서 필요 물품, 필요한 자원봉사자 인원을 파악했어요.
김영희: 현장에서 일주일 정도 활동을 하니까 눈앞이 어른거리면서 눈이 읽기를 거부하더라고요. 그게 저뿐만 아니라 직원 대부분이 그랬어요. 어지러워 벽을 짚고 다녀야 할 정도로 피로가 쌓였어요. 새벽 6시부터 출근하고 밤 10시쯤에 퇴근해서 귀가했거든요. 의지로 버티는 시간들이었어요. 저희는 현장근무를 많이 하는 사람이라 나름 체력에는 자신 있었거든요. 그런데 홍주희 팀장님은 많이 힘드셨을 거예요. 몸이 워낙 약한 분이시거든요.
홍주희: 그때 집에 들어가면 바로 쓰러져 잤던 것 같아요. (미소) 아이가 계속 엄마를 못 봤다가 저랑 이야기하고 싶어서 깨우려고 하면 남편이 엄마 힘드니까 깨우지 말라고 그랬었죠. 근데 저만 힘든 거 아니잖아요. 저희야 현장을 살피고 지원하는 일을 위주로 하는데, 그 무더위에 현장을 복구하는 작업을 했던 자원봉사자분들이 가장 힘드셨을 거예요.
허완서: 자원봉사센터 활동가가 국장님 포함해서 4명인데요. 그중 두 명이 그 시기에 코로나에 걸려서 출근을 못 하고 재택근무를 했어요. 저희가 현장에도 나가야 하지만 사무실에도 계속 문의가 오기 때문에 사무실을 지켜야 할 인력도 필요했어요. 전화가 끊이지 않을 정도로 많이 왔었거든요. 저희가 손이 모자라서 허덕거리고 있었는데 홍주희 팀장님이 군위군청에서 공무원분을 저희 사무실로 파견시켜주셨어요. 파격적인 선택이 아닐 수 없어요. 이런 사례는 거의 없거든요. 그때 정말 감사했어요.
김영희: 자원봉사센터는 초과 근무가 하루 4시간만 인정되거든요. 복구 기간 때는 이 기준에 맞춰서 일할 수가 없어요. 현장을 돌아다니다 보면 매일 기준시간을 초과하기 마련이었어요. 홍주희 팀장님이 자원봉사센터 상황을 아시고는 복구가 끝난 후에 우리 센터 활동가들도 공무원 수당 지급 기준에 맞춰서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고 결재를 올려주셨어요. 사실 이렇게 복구 기간 전체의 추가 수당을 받았던 건 처음이었어요. 저희는 자원봉사센터니까 무급으로 자원 봉사하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저희가 수당까지 이야기하기가 어렵거든요. 연말에 받은 수당 일부를 직원들과 사랑의 열매에 기부하기도 했습니다.
홍주희: 고생하신 만큼 당연히 수당이 나가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공무원 규정을 찾아보고 지급이 가능할 것 같아서 실장님께 말씀드렸는데요. 당연히 지급되어야 한다고 하셨어요. 수해복구 22일 동안의 수당을 지급했습니다. 근데 그것도 일하신 시간 전체를 다 계산한 건 아니었어요. 제가 현장에 함께 있어 보니까 현장 활동가의 고단함을 알 수 있더라고요. 저는 현장에 7시까지 가면, 센터 활동가들은 이미 6시에 나가서 현장을 먼저 살펴보고 파악한 후예요. 이분들은 자원봉사자들의 안전을 가장 먼저 생각하기 때문에 그 기준으로 살피고 안전을 위해 필요한 것들을 먼저 체크하시는 거예요. 자원봉사자가 할 수 있는 일인지, 몇 명이 더 필요한지, 이런 것들을 확인하시는 거죠. 이 일은 사명감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 해주셨기 때문에 사고 없이 복구작업을 마무리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재난 이후 다시 힘을 모아
홍주희: 수해를 입으신 분들은 심리적으로도 많이 힘드시더라고요. 이후에 센터와 함께 마음을 돌보는 사업도 진행했습니다.
김영희: 이번에 서울시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의 공모사업으로 지원을 받아서 진행하고 있는데요. 태풍 피해가 심했던 마을 3곳을 찾아가 호우피해로 트라우마가 발생한 주민들의 정서 지원, 생활 지원을 위한 자원봉사활동을 연계하였고, ‘찾아가는 이웃사랑 자원봉사’라는 기존에 진행하던 사업과 접목해 대구광역시 우수숙련기술 동우회와 연계하여 진행하게 되었어요. 미용, 제빵, 전기, 칼갈이, 방충망 수리 등의 기술기능장들로 구성되어있는 단체이고 이분들이 피해가 많은 지역을 찾아가는 프로그램입니다.
홍주희: 지금 제가 보직을 옮겨서 면 행정복지센터의 찾아가는 보건복지팀에 있으면서 관련 사업을 하고 있어요. 간호사가 마을을 방문해서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 같은 기초 검진을 해드리는 프로그램이에요. 자원봉사센터의 ‘찾아가는 이웃사랑 자원봉사’ 프로그램과 연계해서 함께 진행하고 있습니다. 재난 이후 피해 주민분들의 몸과 마음을 돌볼 수 있는 프로그램까지 연결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영희: 재난 복구 이후에도 사람들이 모이고 있어요. 군위군에 사회복지사협회가 있어요. 협회에서도 수해복구에 함께 힘써주셨어요. 수해복구를 마무리한 후 작년 8월 31일 재난구호단체 발대식을 함께 했습니다. 작년 수해로 인해 신속한 복구가 중요하다는 것을 모두가 느꼈던 것 같아요. 지역 내 재난 구호 봉사단이 생겨서 든든합니다. 이 또한 저는 사랑과 이웃을 배려하는 마음이라 생각합니다.
허완서: 팔공산 자락에 귀촌하신 분들이 많이 사세요. 작년 수해 때 그 지역이 피해가 컸거든요. 그분들이 작년 수해 때 도움을 많이 받으셨잖아요. 이번에 자체적으로 봉사단을 만드셨어요. 지역에서 서로 도와야 한다고요. 봉사에 대해 알고 싶다면서 우리 센터로 기초교육 신청을 해주셨어요.
홍주희: 수해복구 경험을 통해 서로 마음을 모을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우리 지역이 힘을 모은다면 다시 재난이 벌어져도 더 빨리 더 힘껏 복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 무더위에 빗물보다 더 많이 흘렸던 땀방울을 기억합니다. 다시 한번 함께 힘을 모아주신 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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