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자원봉사 이야기

화면 컨트롤
글자 크기 조정하기
글자 크기 조정하기

'재난 현장 속 자원봉사자'를 찾습니다. -10- [탁경숙 님] 안전 없이는 웃음도 없어요

작성자
: 원종운
작성일
: 2024.08.30
조회수
: 368

416%EC%9E%AC%EB%8B%A8%EC%9E%AC%EB%82%9C%20%ED%98%84%EC%9E%A5%20%EC%86%8D%20%EC%9E%90%EC%9B%90%EB%B4%89%EC%82%AC%EC%9E%90%ED%83%81%EA%B2%BD%EC%88%99%EC%B9%B4%EB%93%9C%EB%89%B4%EC%8A%A4-01.jpg
 

 

 

 

안전 없이는 웃음도 없어요

 

 

<‘재난현장 속 자원봉사자’를 찾습니다> 탁경숙 님

                                                                                        



 

저는 마미캅 대장 탁경숙입니다. 등하굣길 교통지도를 하고 있어요. 2006년 녹색어머니회 활동으로 봉사를 시작해 청소년 등굣길 교통지도, 시민 서포터즈, 금천구자원봉사센터의 재난대응 활동에 참여하고 있어요. 저는 봉사를 잘 모르던 사람이었어요. 내 아이 등하굣길 안전을 생각해 시작하게 되었어요. 하다 보니 도로에서 만나는 모든 왕자, 공주들이 내 아이들처럼 느껴지더라고요. 시간이 흐르면서 사명감이 생겼어요. 저에게 가장 소중한 건 청소년들의 안전이에요. 안전이 생명하고 직결되잖아요. 안전 없이는 웃음도 없어요. 그래서 청소년 등굣길을 지금까지 지키고 있어요.

 

 

등굣길을 지키는 탁대장

 

저는 마미캅이라는 활동을 18년 동안 해오고 있어요. 등굣길 교통 안전지도하는 일인데요. 엄마들이 활동하기 때문에 마미캅이라고 이름을 붙였어요. 매일 3곳에서 교통지도를 하고 있어요. 7시부터 8시까지는 고등학교 앞에서, 8시부터 830분까지는 중학교 앞에서, 835분부터 9시까지는 초등학교 앞 도로를 지키고 있어요. 연이어서 진행하기 때문에 교통지도 깃발을 휘날리며 바쁘게 학교 앞을 걸어갑니다. 잰걸음으로 걸어가는 저에게 낯익은 얼굴들이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해줘요. “탁 대장 아줌마, 안녕하세요.” 그런 순간이 가장 보람이 있습니다. (웃음)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동네 등굣길을 지키고 있어요. 이전에는 횡단보도나 인도, 차도 상관없이 길을 건너는 사람이 많았어요. 교통질서를 안 지키는 어른들이 더 많았어요. 교통사고도 잦았지요. 무단횡단이 줄어드는데 3년 정도 걸린 것 같아요. 교통지도를 하면서 안전에 대한 인식을 만들어간다고 생각합니다.

처음에는 녹색어머니회 활동으로 시작하다가 동네 경찰서와 함께 마미캅활동으로 확장하게 되었어요. 2017년에는 마미캅 엄마들이 50명이나 되었어요. 마미캅 조끼를 입은 엄마들이 우리 동네 등굣길을 지켰지요. 그때는 서로가 얼마나 든든하고 자랑스러웠는지 몰라요. 제가 SNS 활동을 열심히 했는데요. SNS에 마미캅 활동하는 사진을 올리면 아이들이 좋아했어요.

코로나19로 학교도 온라인으로 수업을 하게 되고 사람들이 거리에 나오지 않게 되면서 마미캅 활동이 잠정 중단되었어요. 활동하던 엄마들도 모두 흩어지고 저 혼자 남게 되었지요. 그때는 아이들이 자주 가는 곳을 방역하는 것으로 마미캅 활동을 이어갔어요. 혼자였지만 어떻게든 마미캅을 끌고 가고 싶었거든요. 2020년 무렵 정상적인 등교가 시작되면서 다시 깃발을 들고 등굣길 교통지도를 시작했어요. 마미캅 엄마 회원 모집도 시작했는데 모집이 어려웠어요. 코로나19로 봉사활동에 대한 마음이 위축된 거죠. 지금까지도 마미캅 회원은 저 혼자입니다.

3년을 혼자 활동하다 보니 한계를 느낄 때가 있어요. 육체적으로 힘든 것보단 마음이 힘들 때가 많아요. 회원이 최소 3명은 되어야 단체로 인정을 받을 수 있다고 해요. 개인은 힘이 없다는 걸 절실하게 느꼈어요. 회원이 많을 때는 동네 경찰서와 결연을 하고 활동했거든요. 경찰 마크가 그려진 조끼도 지급받았고요. 조끼가 별것 아닌 것 같아도 입으면 든든하거든요. 이 조끼가 많이 낡았는데 버리지를 못해요. 재발급받을 수가 없으니까요. 낡아가는 조끼를 보면 마음이 조금 처량해요. 그래도 씩씩하게 오늘도 내일도 등굣길을 지키러 나갑니다.

 

 

재난대응 활동도 열심히 참여하고 있습니다

 

교통 안전지도 외에도 다양한 활동을 해오고 있어요. 2015년에 금천구를 위한 활동을 본격적으로 해보고 싶어서 금빛찬란이라는 봉사동아리를 만들었어요. 금천구 마을활동가 교육을 통해 만든 동아리인데요. 우리 마을을 위한 활동을 찾아서 해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당시에는 동아리 지원금이 있어서 요긴하게 활용할 수 있었어요. 그래서 쓰레기봉투를 구비해서 자원봉사 활동 후 가져가실 수 있도록 했어요. 우리 마을을 위하는 마음으로 시작하셨더라도 작은 보람을 가져갈 수 있으면 좋잖아요.

제가 자원봉사 활동을 시작하면서 SNS를 시작했어요. 제가 하는 활동을 블로그와 SNS에 꾸준히 기록하고 있어요. 사진으로도 남기고 글로도 남기고요. 함께 활동하시는 분들의 모습도 동의를 얻어 꾸준히 올리고 있어요. 물질적인 보람도 중요하지만 이런 인정도 중요하거든요. 모임은 나뭇잎 하나라도 가져가는 게 있어야 해요. 작은 것이라도 제공해주는 게 정말 중요해요.

금빛찬란 동아리에서는 수해복구 활동을 많이 나갔어요. 자원봉사자가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갔어요. 2023년에는 수해가 많았잖아요. 충청북도 괴산에 갔던 때가 기억이 나는데요. 쓰러진 농작물을 세우고, 쓰레기를 치우고, 허리를 펼 틈 없이 종일 밭에서 일했었어요. 어르신 한 분이 함께 계셨는데요. 알고 보니 밭 주인 어르신이었어요. 허망한 마음에 밭에 나오셨는데 자원봉사 하는 사람들을 보고 기운을 얻으신 것 같았어요. 복구 활동을 마무리하고 가려는데 제 옷자락을 잡으시더라고요. 정말 고맙다고 안아주셨어요. 재난 구호 활동에 많이 참여해서 이런 상도 받을 수 있게 된 게 아닌가 싶어요.

 

 

자원봉사자가 현장을 잘 만나게 해주세요

 

재난 현장에서는 일손이 많이 필요하잖아요. 그래도 요즘에는 자원봉사 점수 때문인지 자원봉사를 신청해주시는 분들이 꽤 오세요. 사실 저는 아쉬운 마음이 조금 있어요. 코로나19 이후에는 자원봉사자가 많이 줄었거든요. 모집되어도 정기적인 활동을 하는 자원봉사자로 이어지는 게 정말 어려워요. 요새처럼 자원봉사자 한 명이 아쉬운 시대에는 스스로 찾아와주신 분들을 잘 잡아야 하거든요. 자원봉사 점수 때문에 오셨더라도 현장에서 보람을 가져가시는 분들은 다시 오시기 마련이니까요.

현장에서 자원봉사자를 관리해주시는 분들이 계시잖아요. 지금도 애를 많이 써주고 계시지만, 새로 현장에 투입되는 분들을 더 챙겨주셨으면 하는 마음이 있어요. 자원봉사자는 모집으로 끝나지 않거든요. 모집된 사람을 붙잡아야 해요. 현장과 잘 만날 수 있게 해야 해요. 그러려면 정말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신경을 써야 해요. 특히 현장에 대한 정확한 안내가 정말 중요해요. 자원봉사자가 알아서 일할 수는 없어요. 현장에서 일을 체계적이고 정확하게 잘 배분하는 사람이 꼭 있어야 해요. 수해는 가장 더울 때 일어나잖아요. 그러면 자원봉사자분들이 위험한 순간들도 생겨요. 현장은 위험한 것투성이인 데다가 폭염까지 덮치니 자칫하면 병원 신세를 져야 하는 경우도 생기거든요. 그래서 저는 공무원분들께 꼭 당부드리고 싶어요. 자원봉사자분들이 현장을 다시 찾을 수 있게 한 명 한 명을 붙들어주세요.

 

 

등굣길 안전을 지키는 탁!!

 

봉사활동이 점점 제 일상이 되어가고 있어요. 아침 등굣길을 주시하다가 이제는 매 순간 살피는 버릇이 생겼어요. 얼마 전에는 도로 한복판에 술에 취한 남성분이 쓰러져 계셨어요. 저는 교통지도를 하기 때문에 주머니에 늘 호루라기가 있거든요. 쓰러진 남성분을 보자마자 저도 모르게 호루라기를 꺼내 불었어요. 달리는 차를 멈추면서 조심스럽게 도로로 진입했지요. 쓰러진 남성의 어깨를 여러 번 두드렸는데도 깨어나지 않아서 바로 112에 신고를 하고 경찰이 올 때까지 주변 교통정리를 했어요. 함께 걷던 이웃이 이야기를 나누던 제가 갑자기 호루라기를 불면서 도로 쪽으로 가니까 놀랐다면서 묻더라고요. 그 순간에 어떻게 망설이지도 않고 호루라기를 꺼내 부냐고요. (웃음) 저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움직였던 것 같아요. 이제는 위험할 것 같은 상황에는 저도 모르게 몸이 먼저 움직이는 것 같아요. 길을 잃은 치매 할머니를 경찰서로 모시고 간 적도 여러 번 있었죠.

제가 등굣길 안전지도하는 시간에 교통사고가 딱 한 번 있었어요. 십여 년 동안 한 번이었죠. 제가 깃발을 들고 서 있는 횡단보도 근처에 버스정류장이 있거든요. 그 정류장에 서서 계시던 어르신이 차에 치이셨어요. 사고 현장을 살펴보니 정류장 위치가 사고가 날 수밖에 없겠더라고요. 앞으로도 비슷한 사고가 일어날 수 있겠다 싶어서 바로 민원을 넣었어요.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버스정류장을 더욱 안전한 곳으로 옮겼더라고요.

제가 안전에 더 민감한 사람이 되어 가는 것 같아요. 번거롭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저는 좋아요. 제가 사는 곳이 보다 안전한 곳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우리 동네를 안전하게 만드는 데 일조할 수 있다면 무엇보다 기쁠 거예요. 꿈이 하나 있어요. 마미캅 활동 20주년 때 명예 경찰이 되고 싶어요. 등굣길을 지키는 할머니가 되고 싶어요. 성인이 된 아이가 지나가다가 저를 보면서 탁 대장 아줌마 아직도 계시네요.”라고 인사해주면 얼마나 반갑고 좋을까요. 제가 올해가 18년 차니까 2년 후에는 그 꿈을 이룰 수 있기를 바라요. 오래도록 우리 동네 안전을 지키고 싶어요.

 

%EC%9E%AC%EB%82%9C-%ED%98%84%EC%9E%A5-%EC%86%8D-%EC%9E%90%EC%9B%90%EB%B4%89%EC%82%AC%EC%9E%90-1024x529%EC%88%98%EC%A0%95.jpg
 

첨부파일(0)
LOAD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