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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봉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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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아주나, 한남자의 30대를 채우다

작성자
: 안혁빈
작성일
: 2021.06.24
조회수
: 5011

여러분 제가 몇 살로 보이시나요?

믿기 어려우시겠지만 올해 마흔살이 되었는데요, 저는 오늘 여러분께 저의 지난 30대를 이야기 해드리고자 합니다.

 

2008년 지리산을 종주하면서 처음 만나 결혼한 저희 부부는 2010년 예쁜 첫 아이가 태어나면서 부모라는 값진 이름을 얻었습니다.

우리는 아이들을 위해 무엇을 하면 좋을지 고민이 많았어요. 당시 집근처에 위치한 한밭도서관에 책을 읽으러 자주 갔는데, 우연히 도서관 소식지에서 도서녹음 봉사자를 모집하는 글을 보게 되었습니다.

 

기왕이면 이 세상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었고, 아내도 선뜻 허락을 해줘서 바로 녹음봉사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녹음 실력은 별로 없었지만 꾸준하게 열심히 하자는 마음으로 매주 녹음을 나갔고, 처음 제 목소리로 녹음된 책이 나왔을 땐 마치 제가 직접 책을 쓴 것처럼 뿌듯했습니다.

이때가 저의 30대가 시작됨과 동시에 첫 봉사활동의 시작이었습니다.

    

시각장애인들 책 듣는 기쁨에 풍덩, 기사 스크랩 이미지
 

당시 한밭도서관에는 많은 분들이 도서녹음을 하고 계셨는데요,

베일에 싸인 비밀단체처럼 서로 정해진 시간에 와서 책만 녹음하고 갔기 때문에 누가 활동하는지 잘 몰랐습니다.

그러다가 한밭도서관 시각장애인실에서 근무하시던 담당선생님께서 녹음봉사자들이 다 함께 참여할 수 있는 북콘서트라는 행사를 기획하고 시각장애인 분들을 직접 찾아가자고 제안을 했고 이런 행사가 반복되어 녹음 봉사자들이 서로 뜻을 모아 아낌없이 주는 나무라는 이름으로 봉사단체 모임을 만들었습니다.

 

우리는 서구 장안동 장태산에 위치한 한마음의 집이라는 시각장애인 보호시설을 한 달에 한번 방문해서 봉사활동을 시작했어요.

한마음의 집은 시각장애와 지적장애가 있으신 분들 약 60여 분이 거주하고 계신데요, 처음에 우리는 가장 자신있는 책을 읽어주는 것부터 시작해서 민속놀이 체험활동, 간단한 만들기, 레크레이션 등 거주인분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행사뿐만 아니라 외부 단체를 초청해서 연극공연, 음악회, 숲체험 등 거주인분들이 쉽게 접하기 어려운 문화생활을 체험 할 수 있도록 힘써왔습니다.

 

아주나의 탄생. 아낌없이 주는 나무 봉사단체 단체사진 

아낌없이 주는 나무라는 단체이름으로 활동을 시작하면서 부족하지만 사무국장이라는 역할을 맡아서 현재까지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데요.

오랜 시간 활동을 하다 보니 시각장애를 가지고 있는 데도 불구하고 제 목소리를 기억해 주시는 거예요.

인사를 하고 들어가면 제 이름을 부르면서 기다렸다고, 반갑다고 인사를 해주시는데 이 거주인분들과의 교감은 잊지 못 할 감동이었습니다.

먼저 다가와서 인사 해주고 따뜻하게 안아주고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 해주시니 이제는 가족처럼 가까워졌네요.

 

첫 아이가 태어나면서 시작한 봉사활동을 하는 동안 아이 둘이 더 태어났고 첫째아이는 훌쩍 커서 아내의 턱밑까지 닿습니다.

제가 봉사활동 하는 동안 아내는 혼자 세 아이를 돌봐야 했어요.

봉사활동을 하면서 어려웠던 경험은 없었는데 오히려 아이들을 온전히 아내에게 맡겨두고 나왔던 일이 저에겐 더 어려웠던 일이었다고 생각됩니다.

 

이 자리를 빌려 아내에게 그동안 많이 이해해주고 도와줬기 때문에 지금까지 활동을 할 수 있어서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싶어요.

아무것도 모른 채 우리 아이들을 위해 시작한 봉사활동이 조금씩 쌓이다 보니, 병아리에서 노란 깃털을 벗은 새하얀 중닭이 된 느낌입니다.

열심히 활동하며 10년의 시간이 쌓이면 50살엔 붉은 깃털을 가진 멋진 수탉이 될 수 있다는 흐뭇한 상상도 합니다.

 

아내와 아이들도 저를 따라서 자연스럽게 봉사활동에 함께 하게 되었고,

걸음마도 떼지 못한 아이들을 옆에 눕혀놓고 봉사활동을 하기도 했는데 훌쩍 자라 초등학생이 되어 간식준비를 거드는 모습을 보니 참 대견스럽습니다.

한 달에 한번 한마음의 집에 가서 거주인분들과 함께 웃다보면 봉사활동을 하러 온 내가 오히려 그 분들로부터 많은 힘을 얻어가게 됩니다.

회사일이 힘들어 지친 마음으로 가더라도 밝게 웃는 모습에 저도 따라 웃습니다.

 

나누어 드리러 온 자리에서 제가 에너지를 받아간다니 봉사활동을 해보지 않은 사람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지요.

이런 긍정의 에너지가 나를 변화시키고, 우리 가족을 변화시키고 사회를 조금씩 변화시킬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생깁니다.

 

여러분, ··나와 함께 한 저의 30대 이야기, 어떠셨나요?

 

봉사활동은 어렵지 않습니다.

여러분께 웃음과 감동을 선물합니다.

그리고 이 사회를 바꿀 수 있습니다.

그 시작의 불꽃을 지금 피우십시오.

가능하다면 아낌없이 주는 나무와 함께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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